독립의 발자취

독립운동가의 후손을 찾아서

독립의 발자취

글 편집실



독립운동의 흔적을 쫓고 독립운동가의 후손을 찾아사진으로 기록하는 사람이 있다. 우연처럼 시작된 운명 같은 일, 김동우 사진작가는 ‘아무도 기록하지 않으면 아무도 기억하지 않는다’는 생각에서 이 일을 시작했다. 기억을 찾아 나선 어느 사진작가의 이야기를 따라가 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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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진작가 활동은 언제부터 시작했나요?

대학 시절 신문방송학을 전공한 뒤 신문기자 일을 업으로 삼다가, 지난 2012년 회사를 관두게 되었습니다. 이후 세계 일주를 하자는 마음으로 여행을 떠났고, 그 과정에서 사진 에세이를 쓰고 싶어졌습니다. 그러면서 자연스럽게 사진 공부를 시작하게 되었고, 대학원에서 사진 공부를 하면서 다큐멘터리에 관심이 생겼습니다. 어떤 테마로 작업을 해볼까 고민하다가 다시 여행을 떠나야겠다고 결심했습니다.


독립운동가 이야기를 시작하게 된 계기는 무엇인가요?

2017년 긴 여행을 떠났을 때의 일입니다. 당시 인도에 갔을 때 우연히 ‘인면전구공작대’라는 광복군 활동에 대해 알게 되었는데, 홍범도 장군의 묘소가 카자흐스탄에 있는 것처럼 인도 어딘가에 있을 광복군의 흔적을 찾고 싶다는 생각을 했습니다. 그런 와중에 독립운동에 대해 더 깊게 알아보고 발굴해내고 싶은 요동이 일었습니다. 사실 교과서에 담긴 이야기만으로는 알 수 없는 수많은 독립 이야기가 있는데, 외부에 알려진 자료는 극히 드물다고 생각합니다. 그렇게 세계 각지에 묻혀 아직도 알려지지 않은 독립운동가들의 이야기를 발굴하기 위해 ‘몽우리돌을 찾아서’라는 프로젝트를 시작하게 되었습니다.  


어떤 방법으로 독립운동가 후손을 찾으셨는지 궁금합니다

먼저 2017~2018년에 네덜란드, 러시아, 멕시코, 미국, 우즈베키스탄, 중국, 카자흐스탄, 쿠바 등지로 1차 작업을 떠났습니다. 국가기관에서는 개인 정보 유출 등의 이유로 후손들의 명단을 받을 수 없었습니다. 때문에 독립운동가 후손들을 찾기 위해서는 일일이 발로 뛰어야만 했습니다. 그러나 턱없이 부족한 자료만으로는 그분들을 찾아내기 어려웠습니다.  먼저 각 지역의 언어 장벽을 해결하기 위해 통역사를 섭외했고, 이후 한인회나 후손회 조직을 찾아 나섰습니다. 현지 선교사의 도움을 받거나 대사관을 찾아가 도움을 요청하기도 했습니다. 한 나라에서 한 달 이상을 머무른 적도 있습니다. 섭외 되는 동안에는 시간을 내 사적지를 찍었고, 약속이 잡히면 독립운동가 후손들을 인터뷰하였습니다. 결코 녹록지 않은 시간이었습니다. 


독립운동가 후손을 찾는 일만큼 힘든 일이 또 있었나요?

개인 경비로 작업비를 충당한다는 부분에서 애로사항이 많았습니다. 2017년 여행을 떠날 당시에는 부동산을 정리하고 갔습니다. 그래도 이제는 개인적으로 십시일반 경비를 보태주시는 몇몇 분들도 생겼습니다. 2020년에는 국가보훈처에서 보훈문화상 상금을 지원받기도 하였습니다. 그러나 아직도 갈 길은 멀고, 경비는 여전히 걱정되는 부분입니다. 


안창호 선생의 후손을 만나셨는데, 그에 대해 말씀해주세요

미국에서 안창호 선생의 막내아들을 만났는데, 먼저 이러한 작업 활동에 놀라워하셨습니다. 실제로 아버지를 만난 적이 없는 그분은 어머니와 형에게 아버지에 대한 이야기를 듣고 자랐습니다. 가족들은 독립운동가의 가족이란 이유로 오랜 시간 고통을 겪었지만, 단 한 번도 불평불만을 토로한 적이 없었다고 합니다. ‘아버지의 시대적 사명을 함께 짊어지고 가는 것’ 그것이 가족들의 사명이었다고 전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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쿠바, 이윤상의 후손 까르데나스(좌) / 멕시코, 김익주의 후손 다빗 킴(우)      

            

사진을 반투명으로 찍는 이유가 궁금합니다

독립운동가의 후손들이 1905년부터 이민을 가기 시작하여, 현재 7세대까지 이어져왔습니다. 어느덧 한국의 정체성을 요구할 수 없을 만큼 세대가 교체되었고, 후손들의 기억도 흐릿해지고 있는 상황입니다. 멕시코에 김익주 선생의 묘소가 남아있다는 것을 알고 그곳에 찾아갔을 때 버려진 듯한 현장 분위기에 안타까움을 느낀 적이 있습니다. 이러한 연사 인식을 사진에 표현하고 싶어 후손들의 모습을 흐릿하게 찍기 시작했습니다. 여기에는 기억을 보존해야 한다는 중의적 의미도 포함되어 있습니다. 국내에 살고 있는 우리마저 기억을 이어가지 못한다면 세계 각지에 흩뿌려진 독립의 흔적은 결코 지켜낼 수 없습니다.


현재 어떤 작업을 진행 중인가요?

〈몽우리돌을 찾아서〉라는 프로젝트를 시작하고, 2019년 2월에 1차 전시회를 개최하였습니다. 이어 2020년 봉오동전투 100주년을 맞이해 전투가 벌어졌던 현장에 관해 기록하고 싶었는데, 코로나19로 인해 잠정 연기된 상태입니다. 그리고 현재는 부산시의 예산을 지원받아 국내 작업을 진행 중이며, 부산 및 경남지역 해안가에 남겨진 사적지들을 조사해 기록하고 있습니다. 올해 8월이면 부산도서관에서 〈관심 없는 풍경〉이란 주제로 특별기획전시가 열릴 예정입니다. 이후 기회가 된다면 다른 지역의 사적지도 다양하게 기록하고 싶습니다.


이 일을 하면서 안타깝게 느낀 점이 있나요?

독립운동의 흔적을 쫓다 보면 방치되어 있는 사적지와 건물을 마주하게 됩니다. 생뚱맞은 장소에 세워져 있는 독립운동가 흉상과 기념비도 봤습니다. 산이나 변두리 길가 등 인적이 뜸한 장소에 형식적으로 세워지는 기념비가 얼마나 많은 사람의 눈에 띌지 의문입니다. 

그리고 일제강점기 건축물이라고 해서 무조건 없애는 것만이 능사가 아니라고 생각합니다. 다른 방식으로 보존하고 활용하여 교육 자료로 쓰일 수 있기 때문입니다. 이렇게 무작정 없애고 방치하다가 후세에 남겨질 역사 자료가 없어질까 염려됩니다. 


마지막으로 전달하고 싶은 메시지가 있다면요

사진으로 기록하면서 느낀 점이 있습니다. 역사는 기억해야 할 사명이라는 것입니다. 이 시대에 우리는 역사를 되풀이하지 않도록 기록해야 할 의무가 있습니다. 그것이 무엇이든 지금이라도 발굴하고 보존할 가치가 있으며, 후손들에게 남겨야 할 것입니다. 저는 개개인의 인물을 찾아 나서는 것이 아닙니다. 시대를 잇는 기록자라는 생각으로 작업을 이어가고 싶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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카자흐스탄 크질오르다, 홍범도 묘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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