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문학관

미국 LA에서 발간된 『독립』

인문학관

글 김동수(백제예술대학교 명예교수·시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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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국에서 발행된 주간 신문 『독립』


순국한 광복군 영전에 바치는 글

1943년 9월 5일 미국 LA에서 창간된 『독립』은 ‘조선민족혁명당’ 미주 지부에서 발행한 주간 신문이다. 국문 2페이지와 영문 2페이지로 구성되었으며, 그 논조가 좌경의 편견을 고집하는 경향이 있었다. 광복이 되고 남과 북이 나뉜 후에는 자유진영을 비난하며 북선의 공산진영을 찬양하기도 하였다. 이러한 성향 때문에 미국 정부의 주목을 받다가 결국 1955년 12월 발행을 끝으로 폐간되었다. 그중에서도 1943년 창립 당시 순국한 광복군과 조선 열사의 영전에 헌정한 시의 일부를 소개한다. 

1937년 중일전쟁이 일어나자 중국 각지에 흩어져 독립운동을 하고 있던 우리의 애국단체들이 중국 상하이 대한민국 임시정부를 중심으로 1940년 9월 17일 중국 충칭에서 광복군을 조직하였다. 이후 1943년 중일전쟁이 한창이던 시절, 광복군이 중국군과 합세하여 일본군을 상대로 대일전선에서 투쟁하다 많은 광복군이 전사하기에 이른다. 이때 광복군의 영전에 바치는 헌시인 우청의 「순국한 조선열사의 영(靈) 앞에」가 탄생하였다. 여기에는 당시 국내 문학에서는 발표될 수 없었던 민족의 비참한 실상이 여실히 나타나 있다. 


친애하는 전우들은 죽었다

영용한 동지들은 죽었다

그대들은 중국 반침략 싸움터 위에서 죽었고

그대들은 반 파시스즘 투쟁 중에서 죽었다

그대들의 죽음은 우리의 광영을 증가했고 

우리의 조국 조선의 광영을 증가했다 

우리는 자유 없는 국토상의 자유 없는 사람이다

우리의 조국은 이미 이방 사람에게 침범되었고 

우리의 부모는 이방 사람의 압박을 받을 대로 다 받아왔고 

우리의 재산은 적인의 재산으로 변하였고 

우리가 갈고 씨를 심은 밭에서는 적의 식량이 나고 

우리의 여아는 적에게 빼앗겨 처첩이 되고 

우리의 도로 위에는 적의 말 발굽소리가 진동한다

「순국한 조선열사의 영(靈) 앞에」 일부, 『독립』(1943. 10. 27.) 


민충정공의 순국 38주년 헌시

같은 해 1943년 11월 『독립신문』에는 충정공 민영환의 순국 38주년을 맞아 그의 충절을 추모하는 헌시인 「민충정공이 가신지 38주년을 맞으면서」가 발표되었다. 민영환은 1905년 을사조약을 반대하다가 이를 막지 못하자 죽음으로써 항거한 대한제국 애국지사다. 

민영환은 생전에 친일파 관료들과 외로운 싸움을 이어가며 국체를 수호하려 노력했지만, 결국 친일 내각에 의해 지금의 부총리 격인 의정대신에서 한직인 시종무관장으로 좌천당했다. 이후 1905년 11월 17일 을사늑약이 체결됐다는 소식을 듣고 머물고 있던 여주에서 급하게 상경하였다. 지금의 총리 격인 의정대신이던 조병세와 함께 늑약에 반대하는 신하들을 규합해 을사오적을 처벌하라는 공동 상소를 올렸다. 하지만 조병세는 일본 헌병대에 의해 체포되고 대신들은 강제 해산 당했다. 황명 거역죄라는 명목으로 견책을 당한 민영환은 이미 대세가 기울어진 것을 개탄하고, 11월 30일 유서를 남기고 자결하였다. 민영환의 자결 소식이 전해지자 조병세를 비롯한 많은 인사가 스스로 목숨을 끊어 일제 침략에 거하였다.

당시 민영환은 세 통의 유서를 남기고 자결하였는데, 한 통은 국민에게 각성을 요망하는 내용이었고, 다른 한 통은 재경 외국사절들에게 일본의 침략을 바로 보고 한국을 구해줄 것을 바라는 내용이었다. 또 다른 한통은 광무황제에게 올리는 글이었다.2천만 동포에게 각성을 요망한 유서에는 이렇게 적혀 있었다. “살기를 바라는 자는 반드시 죽고, 죽기를 각오한 자는 삶을 얻나니. 동포들이여, 죽을 각오로 나라를 지켜내라.” 그의 죽음은 의병투쟁과 구국계몽운동의 기폭제가 되었으며, 훗날 항일운동을 격화시키는 동력으로 작용하기도 하였다.


공이여 한 번 가시매

나라도 백성도 갈 곳을 몰라

거치른 빈 땅 위에 깊은 한숨 떨리고 피눈물은 아롱져

흘린 피 사십 년 아직도 뜨거워

뿌려준 그 정신 피와 같이 뜨노라

홍윤식 「민충정공이 가신지 38주년을 맞으면서」 『독립』(1943. 11. 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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민영환         


민영환의 유서 

오호라, 나라의 수치와 백성의 욕됨이 여기까지 이르렀으니, 우리인민은 장차 생존 경쟁 가운데에서 모두 진멸당하려 하는도다. 대저 살기를 바라는 자는 반드시 죽고 죽기를 각오하는 자는 삶을 얻나나니, 여러분이 어찌 헤아리지 못하겠는가? 영환은 다만 한 번 죽음으로써 우러러 황은皇恩에 보답하고, 우리 이천만 동포 형제에게 사죄하고자 하노라. 

영환은 죽되 죽지 아니하고, 구천에서도 기필코 여러분을 돕기를 기약하니, 바라건대 우리 동포 형제들은 천만 배 더욱 분발하고 기운을 내어 뜻과 기개를 굳건히 하며 학문에 힘쓰고, 마음으로 단결하고 힘을 합쳐서 우리의 자유 독립을 회복한다면, 죽은 자는 마땅히 저 어두운 저승에서나마 기뻐 웃으리로다. 오호라, 조금도 실망하지 말지어다. 우리 대한제국 이천만 동포에게 이별을 고하노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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민영환이 명함에 남긴 유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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