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계 산책

인류 역사 속에 등장한 

변종 바이러스

세계 산책

글 김서형(러시아 빅히스토리 유라시아센터 연구교수)


지금 전 세계는 치명적인 유행성 전염병으로 몸살을 앓고 있다. 바로 코로나바이러스감염증19(이하 코로나19) 때문으로, 이는 2019년 12월에 중국 후베이성(湖北省) 우한(武漢)에서 발생해 현재까지220개 국가로 확산되었다. 사실 코로나바이러스는 기존에도 호흡기 감염증 원인의 30%를 차지하고 있었다. 이미 우리 가까이에 존재하고 있었던 코로나 바이러스가 왜 이토록 급속히 확산되면서치명적인 영향을 미치게 된 것일지 살펴보자.


세기에 걸친 변종 바이러스의 역사

2020년 12월 중순까지 코로나19 확진자는 7천만 명 이상, 사망자는 160만 명 이상으로 집계되었다. 코로나19가 이처럼 전 세계적으로 유행하고 있는 까닭에 대해 많은 전문가들은 새로운 유형의 코로나바이러스 때문이라고 말하고 있다. 변종 바이러스의 경우 일상적으로 발생하는 호흡기 감염증과는 달리 치명적인 영향을 미치게 된다. 

변종 바이러스가 인류에 치명적인 영향을 미쳤던 것은 비단 코로나19뿐만은 아니다. 지난 2002년 11월에 중국 광둥성(廣東省) 허위엔(河源)에서 처음 발견된 이후 전 세계적으로 확산되어 유행했던 전염병, 사스(SARS)가 있었다. 사스는 38도 이상의 고열과 함께 폐렴이나 호흡 곤란을 유발하였다. 세계보건기구(WHO)에 따르면 당시 8,096명의 사람들이 사스에 감염되었고, 이 가운데 744명이 사망하였다. 치사율이 약 9~10%인 셈이었는데, 사스의 원인은 코로나바이러스의 변종인 사스-코로나바이러스(SARS-CoV) 때문이었다. 

이후 2012년 9월에 사우디아라비아에서 발생했던 중동호흡기증후군, 이른바 메르스(MERS)의 원인도 변종 코로나바이러스였다. 메르스는 비말을 통해 감염되었으며, 주로 급성 호흡기 질환을 동반하였다. 특히 합병증으로 폐렴이나 급성신부전이 발생하는 경우가 많았다. 역설적이게도 당시 우리나라의 감염자 및 사망자 수가 세계 2위였으며, 치사율은 20% 이상이었다. 그러나 20세기의 가장 치명적인 유행성 전염병은 바로 1918년에 나타난 인플루엔자였다. 전 세계적으로 약 5억 명이 감염된 것으로 추정되는데, 이는 당시 세계 인구의 약 1/3에 해당하는 수치였다. 이로 인해 미국에서만 65만 명, 전 세계적으로 6천만 명 이상이 사망하였다. 당시 인플루엔자가 만연했을 때 미국은 제1차 세계대전에 참전 중이었는데, 인플루엔자가 처음 발생한 곳이나 급속하게 확산된 곳 대부분이 군대였다고 전해진다. 특히 영유아기나 노인층의 사망률이 높은 인플루엔자와 달리 30~40대의 사망률이 높았던 것이 특징이다. 이토록 치명적이었던 1918년 인플루엔자는 바로 인플루엔자 A형의 아형 H1N1이 변이를 일으켜서 발생한 것으로 전해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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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918년 인플루엔자가 유행했을 때 마스크를 착용한 시민들의 모습


오래전부터 시작된 마스크 착용

1918년 가을 무렵 인플루엔자가 다시 유행하기 시작하자, 미국의 주정부와 시정부는 예방이 가장 중요하다고 판단하였다. 인플루엔자를 예방하기 위한 첫 번째 조치는 바로 마스크 착용이었다. 미국 공중보건국이나 적십자에서는 거즈로 만든 마스크를 의료진과 시민들에게 무료로 나누어 주고 착용을 권고하였다. 치명적인 유행성 전염병을 효과적으로 통제하기 위해 일부 지역에서는 의무적으로 마스크를 착용하게 하였다.

그러던 중 1918년 10월 23일, 샌프란시스코 시보건국은 일명 ‘마스크 조례(Mask Ordinance)’를 제정하였다. 이는 샌프란시스코 시민들이 공공장소에 있을 때 식사 시간을 제외하고는 늘 마스크를 착용하도록 한 것이다. 당시 많은 의사들이 마스크만 제대로 착용한다면 인플루엔자를 통제할 수 있을 것이라고 생각하였다.

사실 유행성 전염병이 발생했을 때 마스크를 착용한 역사는 20세기 이전으로 거슬러 올라간다. 그 시작은 인류 역사상 가장 치명적인 유행성 전염병 중 하나로 알려진 흑사병 때부터다. 14세기 중반 유럽에 등장했던 흑사병은 원래 중국 운남성(云南省)에서 빈번하게 발생하던 풍토병이었다. 당시 몽골제국은 운남성을 정복하기 위해 군대를 보냈고, 군대가 되돌아오면서 전염병이 자연스럽게 제국 내부로 옮겨지게 되었다. 이후 활발한 정복전쟁으로 인해 유럽으로까지 확산된 것이다. 당시 유럽에서는 흑사병의 원인을 알지 못했고, 치료 방법도 많지 않았다. 에메랄드 가루를 물에 타서 마시거나 흑사병으로 부어오른 부위에 생닭을 문지르는 등의 비과학적인 치료법이 만연하였다. 이러한 사회적 분위기 속에서 당시 의사들은 긴 가운을 입고 모자와 장갑을 착용하였다. 그리고 새부리 모양의 마스크를 쓰고, 그 속에 향신료나 식초를 묻힌 헝겊을 넣었다. 치명적인 전염병으로부터 자신들을 보호하기 위해서였다. 

알고 보니 인류는 지금으로부터 한 세기 전에 코로나19와 같은 경험을 겪은 것이다. 흑사병이나 인플루엔자를 극복하는 과정을 통해 우리는 마스크 착용이 상당한 도움이 되었던 역사적 경험을 분명하게 인식할 필요가 있다. 변종 바이러스는 현재까지도 인류에게 치명적인 영향을 미치고 있다. 변종 바이러스를 통제하는 그날까지 마스크 착용과 같은 기본을 지켜가며 슬기롭게 이 상황을 헤쳐 나가야 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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흑사병이 유행했을 때 유럽 의사 복장을 표현한 1656년의 판화

파울 퓌르스트 <17세기 로마의 부리 의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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