끝나지 않은 독립운동

독립운동 현충 시설의

앱 개발 필요성

끝나지 않은 독립운동

글 이계형(국민대학교 교양대학 교수)


공군 장교였던 정상규 중위가 2015년 ‘독립운동가’ 스마트폰 앱을 사비로 개발하여 일반인들에게 독립운동가의 업적과 이름을 알리면서 세인들의 주목을 받았다. 그는 작가로 왕성한 활동을 하면서 잊힌 독립운동가를 발굴하고 이를 책으로 엮어내기도 했다. 그런데 이 같은 독립운동가 관련 내용이 국가보훈처 공훈전자사료관 사이트 ‘독립유공자 공훈록’에 정리되어 있음에도 국민들이 편리하게 접근하지 못한 면이 있다. 이제 한 걸음 앞서 ‘독립운동 사적지 앱’을 개발해야 할 때다.


물어물어 가는 독립운동 사적지

2019년 11월 경 『충남독립운동사』 3·1운동 부분(홍성·서산·태안)을 집필하면서 관련 유적지를 촬영하기 위해 홍성과 서산 몇 곳을 찾았다. 학교나 행정기관 등 특정 장소에 있는 사적지는 쉽게 찾을 수 있었지만, 홍성군 내에 있는 ‘장곡 3·1운동기념비’, 홍동면 3·1공원 내 ‘기미독립운동기념비’, 금마면 철마산 3·1공원 내 ‘기미독립운동기념비’ 등지를 찾는 데 무진 애를 먹었다. 매년 삼일절에 이곳에서 여러 행사가 치러지기 때문에 인터넷에는 관련 뉴스나 사진들이 올라와 있지만 위치에 대한 정보는 찾기 어려웠다. 장소를 충분히 조사하지 않았던 나의 부주의함도 있겠지만, 답사 전 참고했던 책에 나와 있는 사적지의 주소와 사적지명 모두 내비게이션을 통해 검색되지 않았다. 마을 주민들에게 사진을 보여주고 설명한 뒤에서야 어렵사리 사적지를 찾아 사진을 찍을 수 있었다.

나중에 안 사실이지만, 국가보훈처 현충 시설 정보 서비스(http://mfis.mpva.go.kr)에 이와 관련한 정보가 있었다. 그런데 이런 정보를 미리 알았던들 도움을 받지 못했을 것이다. 세 곳 모두 국가보훈처로부터 공식 현충 시설로 지정된 곳들이지만, 국가보훈처에 기록된 주소지로는 세 곳 중 어느 한 곳도 검색되지 않았기 때문이다. 

독립운동 현충 시설이란 독립운동이 일어났던 장소 혹은 독립유공자의 공훈을 기리고자 세운 기념비·추모비·비석·탑 등과 조형물·상징물을 비롯하여 기념관·전시관·생가·사당 등을 말한다. 이러한 현충 시설들 가운데 2020년 12월 현재 국가보훈처에 등록된 것은 모두 947개로 증가 추세이다. 많은 현충 시설을 설치한 것은 역사적인 장소와 인물을 기억하고 숭고한 독립정신을 후대에 전하여 뜻을 기리고자 하기 위함이다. 이처럼 국가보훈처가 독립운동 관련 사적지 및 현충 시설의 체계적 관리를 위해 다양한 노력을 기울이고 있지만, 일반인들의 현충 시설 인지도나 관심도는 매우 낮은 실정이다. 그러한 시설물이 역사교육을 위해 필요하다는 인식이 높은데도 말이다. 이를 위해서는 현충 시설 정보 서비스가 실질적으로 도움이 되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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현충 시설에 대한 접근성 높이기

실질적인 정보 서비스를 고민하며 가장 먼저 떠오른 생각은 독립운동 현충 시설에 좀 더 쉽게 접근할 수 있도록 앱을 개발하는 것이다. 이를 실행하는 일이 그렇게 어려운 문제는 아닐 것이다. 이미 국가보훈처가 운영하는 현충 시설 정보 서비스를 조금 개선하면 될 것이다. 이와 관련하여 우선 개선해야 할 몇 가지를 지적하고자 한다.첫째, 시설물의 실제 이름과 시설명이 다른 경우가 있는데 이를 하나로 통일해야 한다. 

예를 들어 국내 독립운동 현충 시설 가운데 맨 위에 있는 ‘(고창군)독립운동 파리장서 기념비’를 살펴보자. 기본 정보의 시설명은 ‘(고창군)독립운동 파리장서 기념비’로 되어 있지만, 실제 기념비에는 ‘한국유림독립운동파리장서비’로 새겨 있다. 서울·대구·전북 정읍 등지에도 같은 성격의 ‘독립운동 파리장서 기념비’기념비가 있는데, 이곳들의 시설명은 비문 그대로 ‘한국유림독립운동파리장서비’이다. 고창의 경우 현충 시설의 형태나 종류(기념비)에 따라 시설명을 정했기에 불거진 문제이다. 전체적으로 살펴보면 이런 예는 적지 않다. 그렇다고 내비게이션에 모두 검색되는 것도 아니다. 이곳을 찾아가려면 어떤 키워드로 검색해야 할 것인가. ‘파리장서’를 입력하면 경남 거창군 거창읍의 침류정(조선시대 관아) 하나만 검색되는데 여기에 ‘파리장서비’가 있기 때문이다. 다른 지역의 ‘한국유림독립운동파리장서 비’의 위치는 검색되지 않는다. 

둘째, 주소지를 정확하게 확인해야 한다. 도로명 주소를 우선하되 예전 기록에 번지로 나와 있는 경우가 많아 번지 주소도 함께 적어야 한다. 셋째, 제공하는 사진은 크고 화질이 높은 것으로 교체해야 한다. 현재 현충 시설 서비스에 등록된 사진 중에는 너무 작거나 화질이 떨어져 내용물을 알아볼 수가 없는 경우가 많다. 넷째, 시설물의 역사적인 의미뿐만 아니라 시설물 설치의 시기·주체·위치(장소)·조성 과정 등의 정보도 제공해야 한다. 다섯째, 내비게이션 업체와 협력 관계를 통해 누구나 쉽게 독립운동 사적지를 찾을 수 있도록 위치 서비스를 해야 한다. 여섯째, 현충 시설뿐만 아니라 독립운동 사적지도 이에 포함해야 한다. 사적지의 경우 기념석이나 표지석 하나 세워지지 않은 곳이 적지 않지만, 독립운동의 현장이라는 점에서 의미가 크기 때문이다. 

스마트폰을 통해 세상의 모든 정보와 지식에 쉽게 접근할 수 있는 세상이다. 독립운동 현충 시설 앱은 현재의 우리를 과거의 역사 현장으로 안내하는 가장 빠르고 정확한 타임머신이 될 것이다. 이 앱을 통해 학생들뿐만 아니라 일반인들도 쉽게 사적지를 둘러보고 독립운동의 의미를 깨닫고, 독립운동 답사 투어가 활성화되는 계기가 되기를 기대해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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충청남도 홍성군 3·1공원 내 기미독립운동기념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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