史소한 이야기

커피를 마시는 지식인

커피를 마시는 지식인



커피를 마시는 지식인

지식인의 아지트, 다방




카페에서 커피를 마시며 책을 읽거나 대화를 나누는 일은 이제 도시의 흔한 풍경이 되었지만, 일제강점기 다방으로 대표되던 근대식 찻집은 소위 배운 사람들의 공간이었다. 당시 근대문화의 대다수가 그러하듯 다방문화 또한 평범한 사람들은 엄두도 내지 못하는 ‘사치’로 여겨졌다. 그래서 다방에는 양복과 원피스를 차려입은 모던보이와 모던걸들이 넘쳐났다. 그들은 상급 학교를 졸업하고 일본 유학까지 다녀온 예술가 또는 지식인이었다.
물론 다방의 손님들이 모두 돈이 많았던 것은 아니다. 식민지 지식인의 삶은 팍팍했다. 취업난에 시달렸고, 주머니는 가난했다. 지식인으로서, 조국을 잃은 국민으로서 부조리한 현실과 싸울 것인지, 타협할 것인지 선택해야 하는 순간을 번번이 마주해야 했다. 그럼에도 그들은 곯은 배를 움켜쥐고 다방으로 와서 한 끼 식사보다 비싼 커피를 마셨다. 그곳에서 예술과 철학을 이야기하거나, 때때로 자신의 무력감을 토로했다. 그 시절 다방은 지식을 나누는 장이자, 무력한 식민지 지식인의 우울한 표정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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