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행에 숨은 역사

몸과 마음으로 만나는 청주의 역사와 자연
충청북도 청주시

몸과 마음으로 만나는 청주의 역사와 자연<BR />충청북도 청주시

글 · 사진 김초록 여행칼럼니스트


몸과 마음으로 만나는 청주의 역사와 자연
충청북도 청주시


청주는 충청도의 중심지다. 청원군과 통합되면서 새롭게 주목받고 있는 청주는 어디서나 쉽게 오갈 수 있는 교통 요지로, 땅길(중부고속도로·경부고속도로·청주상주고속도로), 하늘길(청주공항), 철길(청주역·오송역)이 고루 발달해 있어 하루만에도 다녀올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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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민들의 휴식처인 가로수길과 무심천

고속도로에서 빠져나와 청주의 관문인 가로수길로 들어선다. 길 양쪽으로 싱그러운 플라타너스(양버즘나무)들이 쭉쭉 늘어선 이 길은 경부고속도로 청주 나들목에서 가경천 죽천교까지 뻗어 있다. 훤칠한 키와 굵은 둥치의 나무들이 차창 밖으로 휙휙 지나간다. 우리나라 가로수길 중 가장 아름답다는 플라타너스 터널은 종종 달력 사진이나 광고에 등장해 눈길을 끌기도 하는데 전망대에서 바라보면 운치와 멋이 한층 살아난다.청주 시가지를 가로지르는 무심천도 가로수길 못지않게 아름답다. 사철 독특한 색깔로 옷을 갈아입는 곳으로 청주시민들의 휴식처요, 자연학습장이다. 생태 복원으로 다시 살아난 무심천엔 물고기가 눈에 띄게 늘었고, 철따라 들꽃이 피어나는가 하면 겨울엔 철새들의 날갯짓이 장관을 이룬다. 무심천은 청원에서 발원해 남서쪽으로 흘러 남일면 상대리에서 북쪽으로 방향을 튼다. 그 다음 청주시내 한가운데를 가로질러 미호천에 합류, 다시 금강을 거쳐 서해에 이르기까지 전체 길이 34.5km의 생태하천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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플라타너스 가로수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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무심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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걷는 재미가 있는 상당산성 둘레길

청주 시가지를 굽어보는 상당산성은 백제시대의 상당현(上黨縣)에서 유래된 곳이다. 벽면을 수직으로 잇고 그 안쪽에 토사를 쌓아 올린, 이른바 ‘내탁공법’으로 축조했다. 동·서·남쪽에 문루를 갖춘 3개의 문이 있고, 2개의 암문(비상구)인 동암문·남안문, 치성(雉城) 3개소, 수구(水口) 3개소가 있다. 상당산성의 정문인 공남문은 그 형태가 무지개처럼 생겼는데, 문 안으로 들어가 문루에 서면 들판이 한눈에 들어온다. 상당산성에서는 통일신라시대와 조선시대 것들로 추정되는 건물 터·기와·토기·자기 조각 등 빛바랜 유물들이 대량 발굴되기도 했다. 산성을 휘 돌아볼 수 있는 둘레길은 남문 주차장에서 시작해 남암문-서문-동암문-동문-동장대-남문으로 돌아온다. 산과 들에서 불어오는 바람을 느끼며 천천히 걷노라면 저절로 힐링이 된다.

상당산성: 충청북도 청주시 상당구 산성동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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상당산성 둘레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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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계가 인정한 유산, 직지와 인쇄기술

청주는 ‘직지(直指)’의 고장이기도 하다. ‘직지인심견성성불(直指人心見性成佛)’에서 따온 직지는 사람의 마음을 바르게 볼 때 그 마음의 본성을 깨닫게 된다는 뜻이 숨어 있다. 금속활자의 발명은 지난 천 년 동안 일어난 사건 중 가장 위대하다는 평을 얻고 있다. 세계 최초의 금속활자본인 직지가 유네스코 세계기록유산으로 등재된 건 그 뛰어난 가치를 인정받았기 때문이다. 옛 연당리 마을(운천동)에 들어선 청주 고인쇄박물관과 흥덕사지는 금속활자의 우수성과 역사적 배경을 고스란히 느낄 수 있는 곳이다. 고인쇄박물관에 들어서면 직지의 제작과 인쇄과정을 모형으로 볼 수 있고, 국내외 인쇄문화의 발달사도 자세하게 살필 수 있다. 고인쇄박물관이 소장하고 많은 유물 중 직지를 인쇄할 때 썼던 『자비도량참법집해(慈悲道場懺法集解)』 『신편산학계몽(新編算學啓蒙)』 『노자권재구』 등 3종 6점은 보물로 지정돼 있다.

청주 고인쇄박물관 : 충청북도 청주시 흥덕구 직지대로 713 / 043-201-4266 / jikjiworld.cheongju.g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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청주 고인쇄박물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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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철 수려한 대청호를 따라가면서 보라
이번에는 중부 내륙의 생명수인 대청호(대전과 청주의 첫 글자를 따서 붙인 이름)로 간다. 푸른 물을 가득 담고 있는 대청호를 바라보면 마음이 맑아진다. 옥빛 물과 쪽빛 하늘 그리고 여기저기 피어나는 들꽃의 조화가 참으로 아름답다. 대청호는 금강의 한가운데 댐을 막아 만들어진 거대한 호수로, 중부권에서는 충주호 다음으로 크다. 수많은 철새와 물고기들의 보금자리이자 온갖 들꽃이 피어나는 자연학습장으로 긴 세월 한결같이 보존되어 왔다. 대청호 풍경은 현도면 하석리 산자락에 올라앉은 현암사에서 보아야 제대로 즐길 수 있다. 신라 때 세워진 자그마한 현암사에 가려면 가파른 철계단을 10분 정도 힘겹게 올라가야 하지만 암자에 발을 딛는 순간, 시원한 절경이 펼쳐진다.
현암사를 지나 문의면 쪽으로 10분쯤 달리면 왼쪽 양성산 자락으로 문의문화재단지가 보인다. 1979년 대청댐 건설로 수몰될 뻔했던 문화재를 한데 모아 옮겨놓은 곳으로, 급속한 산업화로 인해 사라져 가고 있는 우리 고유의 전통문화를 느낄 수 있는 역사교육장이다. 단지 안에서 바라보는 대청호 전경도 멋스럽다.
현암사: 충청북도 청주시 서원구 현도면 대청호반로 151
문의문화재단지: 충청북도 청주시 상당구 문의면 대청호반로 721 / 043-201-0915 /
www.cheongjutour.com/cheongjutour/tour/tour0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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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청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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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랜 전설을 간직한 옥화9경

문의에서 청주의 동쪽인 미원면으로 가면 9개의 절승이 기다리고 있다. 이름하여 옥화9경이다. 달천을 따라 펼쳐지는 절승마다 주저리주저리 얽힌 전설이 재미있다. 제1경인 청석굴은 구석기시대의 주거지로, 옛날 굴 안에서 용이 나왔다는 전설을 갖고 있다. 사람 한 명이 겨우 지나갈 정도로 비좁은 굴천장에선 얼음처럼 차가운 물이 뚝뚝 떨어진다.제2경은 달천변에 있는 용소(龍沼)다. 어느 날 이곳을 지나가던 한 여인이 깊은 연못에 살던 용이 하늘로 올라가는 모습을 보고 말았는데, 이를 눈치 챈 용이 그만 떨어져 이무기가 되었다는 전설이 있다. 움푹 파인 암벽 아래로 흐르는 물은 달천 중에서도 수심이 가장 깊다. 여름철이면 용소 인근 달천은 발을 담그고 노는 피서객들로 제법 붐빈다. 용소를 지나 조금 더 내려가면 제3경 천경대·제4경 옥화대·제5경 금봉을 차례로 만날 수 있다. 제6경 금관숲은 수령 3백년은 됨직한 상수리나무들이 울창하게 숲 그늘을 드리우고 있어 한여름 더위를 피하기 그만이다. 이밖에도 제7경 가마소뿔·제8경 신선봉·제9경 박대소까지 9개의 경치를 다 채우는 재미를 느껴보는 것도 좋겠다.

청석굴: 충청북도 청주시 상당구 미원면 운암리

용소: 충청북도 청주시 상당구 미원면 옥화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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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1경 청석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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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2경 용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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애국지사를 많이 배출한 고장

청주는 손병희·신채호·권병덕·한봉수 등 수많은 독립운동가들을 배출했다. 우암산 자락에 있는 삼일공원과 문의문화재단지에서는 애국애족을 몸소 실천했던 청주지역 선열들의 동상을 세워 넋을 기리고 있다. 일제강점기 민족대표 33인에 뽑힌 손병희는 3·1운동을 주도했다. 동학혁명 때는 10만 민중을 이끌고 관군과 싸웠으며 이후 천도교의 지도자로 제3세 교주를 지내기도 했다. 그가 태어나고 자란 북이면 금암리에는 생가를 중심으로 그의 영정을 봉안한 영당과 기념관이 마련돼 있다. 권병덕 또한 손병희와 함께 독립만세운동에 동참했던 인물이다. 그 역시 독립선언서에 서명하고 태화관에서 진행된 독립선언식에 참여할 정도로 애국혼이 투철했다. 그는 독립선언 직후 일본 경찰에 잡혀 2년형을 언도받고 서대문형무소에서 옥고를 치렀다. 언론인으로 독립운동에 앞장섰던 신채호를 모신 사당엔 그의 영정을 봉안한 단재영각(丹齋影閣)이 있다. 1905년 을사늑약이 체결되자, 신채호는 『황성신문』과 『대한매일신보』의 주필로 활약하면서 민족혼을 지키기 위해 힘썼다. 사당 뒤쪽에 그의 묘소가 있고, 청주예술의전당에서 동상을 볼 수 있다.내수읍 학평리에는 의병장 한봉수의 묘소와 사당이 있다. 17세부터 명포수로 이름을 떨쳤다는 한봉수는 일본군 헌병 중위 시마자키 등 3명을 사살했는가 하면, 노획한 무기로 30여 명의 의병을 이끌고 미원·진천·횡성·장호원 등지로 진출해 큰 공을 세웠다. 삼일공원에는 한봉수 동상이, 중앙공원에는 송공비가 세워져 있다. 다 언급할 수는 없지만 이밖에도 실력양성운동·계몽운동·만세운동을 적극적으로 펼친 애국지사들이 많다는 점은 무엇보다 청주의 크나큰 자긍심일 것이다. 청주를 빛낸 독립운동가들은 오늘날에도 우리에게 귀감이 되고 있으니 말이다.

삼일공원: 충청북도 청주시 상당구 수동 159-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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삼일공원에 있는 독립운동가 동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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단재영각(丹齋影閣)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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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봉수 사당

          


        

김초록

여행칼럼니스트 겸 수필가. 현재 『월간 비타민』, 『건설경제신문』, 『서울우유』, 『냉동공조신문』에 객원기자로 활동 중이다. 여행 저서로는 『여름 이야기』, 『7가지 테마가 있는 여행』 등이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