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란한 발걸음

결혼 후 당면하게 되는 또 하나의 과제
고부갈등&장서갈등

결혼 후 당면하게 되는 또 하나의 과제<BR />고부갈등&장서갈등

결혼 3년차 여성입니다. 시어머니는 결혼 전부터 저를 못마땅해 하셨어요.

“이것도 혼수라고 해왔느냐”, “친정에서 도대체 뭘 배웠느냐” 등 핀잔과 면박을

서슴지 않으셨지요. 가족이 되면 나아질 줄 알았는데, 오히려 그 반대입니다.

얼마 전에는 “아들을 친구 딸과 결혼시켰어야 했다”는 막말까지 들었어요.

결국 남편에게 폭언을 막아주든지, 인연을 끊든지, 아니면

이혼하자고 선포했습니다. 더는 못 참겠어요!

               

장모님과 함께 산 지 6개월 된 남성입니다. 맞벌이 부부라 육아는 장모님의 도움을 받고 있는데요, 시도 때도 없는 간섭에 스트레스가 이만저만이 아닙니다.

“왜 일찍 퇴근 안하고 우리 딸 혼자 고생시키나?” “주말에 누워만 있지 말고

운동도 좀 하고 집안일을 돕게.” 연일 훈계가 이어집니다.

아내는 어머니가 매사 잔걱정이 많으시니 이해하라면서도

“사실 엄마 말이 틀린 것은 없잖아”라고 덧붙입니다. 어떻게 해야 할까요?

                           



글 이현수 일상심리 전문작가, 자유기고가


결혼 후 당면하게 되는 또 하나의 과제
고부갈등&장서갈등


‘결혼은 개인과 개인의 만남이 아닌 집안과 집안의 만남’이라는 말이 있다. 이 처럼 결혼생활에 있어 어느 정도 양가의 영향을 받을 수밖에 없는데, 이 과정에서 고부갈등과 장서갈등이 빈번하게 일어나 주된 사회문제로 꼽힌다.



오래된 난제 고부갈등, 새롭게 떠오르는 장서갈등
행복하기 위해 한 결혼이건만, 가족 간 갈등으로 싸움이 지속되어 끝내는 결별하는 일이 잦다. 고부갈등은 ‘지구가 멸망하는 날까지 살아남는 두 가지 중 하나’라는 농담까지 있을 정도로 좀체 풀기 힘든 난제로 꼽힌다. 최근에는 시어머니가 SNS를 통해 ‘아이 옷이 낡았다’, ‘프로필 사진이 유부녀답지 않다’는 등 댓글을 달아 온라인상에서까지 간섭이 이어진다는 사례도 늘고 있다.
고부갈등은 동아시아 문화권에서 주로 발생하는데, 가장 큰 원인은 유교적 전통에 있다. 유교사회에서 결혼의 주목적은 ‘대’를 이을 아들을 낳는 것이었다. 부부관계나 바깥출입이 자유롭지 않았던 여자에게, 아들과의 끈끈한 관계는 신분 보장의 수단이자 최후의 심리적 보루였다. 이러한 문화적 전통이 남아있는 가운데, 아들이 새로운 가정을 꾸리는 일이 어머니로서는 사회적 지위와 심리 건강의 위협으로 느껴질 수 있다.
한편 장모와 사위 간 장서(丈壻)갈등도 만만치 않다. 한 조사에 따르면, 남성들이 이혼을 결심한 이유 1위가 ‘처가의 간섭’으로 나타났다.1) 한국보건사회연구원의 조사에서도 최근 1년간 가족갈등을 경험했다고 답변한 사람들 가운데 장서갈등을 포함한 세대갈등이 37.5%로 가장 많았다.2) 최근 맞벌이 부부 증가로 가사·육아 부담을 처가의 도움으로 해결하는 경우가 늘면서, 장서갈등이 대두되고 있다. 잡코리아의 조사 결과, 기혼 직장인 10명 중 6명이 맞벌이를 하고 있다고 답했고, 이들 중 자녀의 보육을 처가에 맡기는 경우는 35.2%를 차지했다.3) 자녀를 맡기려면 자연히 처가와 같이 또는 가까운 위치에 거주하게 된다. 이 과정에서 가정경제 운용이나 가사·자녀계획·기타 대소사 등 장모의 개입이 생기면서 갈등이 커진다.


고부갈등은 남자, 장서갈등은 여자의 도움이 필요하다
아들이자 남편으로서 고부갈등 해결을 위해 남자가 할 일은 어머니의 독립심을 키워주는 것이다. 자식이 부모 곁을 떠나 결혼할 때 느끼는 외로움은 부모로서 자연스러운 감정이다. 그러나 이것이 심해져 보상심리나 집착, 며느리에 대한 질투로 이어지게 될 경우, 고부갈등의 씨앗이 된다. 결혼을 했다고 해서 어머니와의 관계를 뚝 끊어버린다면 문제를 더욱 악화시킬 수 있다. 모자관계를 친밀하게 유지하면서 어머니가 아들의 결혼으로 인한 심리적, 물리적 거리감을 천천히 받아들이도록 해야 한다. 또 새로운 취미를 권하거나 지인 및 친구들과의 만남을 권장하여 부모자식 간 관계 이외에 새로운 사회 관계망을 만들 수 있도록 돕자.
시댁과의 갈등에서 아내가 호소하는 괴로움 중 하나는 남편이 보이는 편파적인 태도·평가하려는 자세·무관심이다. 이는 장서갈등에서도 똑같이 작용된다. 부당한 대우로 힘들어하는 남편 앞에서 친정의 편을 드는 것은 배려 없는 태도이자 갈등을 키우는 도화선임을 기억해야 한다. 장서갈등에 옳고 그름의 잣대를 들이대지 말고 상대의 입장에서 이해하도록 노력하고 공감하자. 또 하나 필요한 대처는 ‘친정의 간섭에 선 긋기’다. 어머니가 사위에게 도를 넘는 행동과 발언을 할 때는 “그런 행동은 우리 부부가 해결할 문제니, 삼가 달라”고 분명히 강조하자.
불가근불가원(不可近不可遠). 어릴 때부터 자신을 위해 희생을 마다하지 않았던 어머니에게 선을 긋거나, 이제는 우리의 자녀까지도 돌봐주며 헌신하시는 어머니로부터 하루아침에 독립하기란 쉬운 일이 아니다. 그러나 결혼이란 내가 태어난 가정에서 벗어나 새로운 가정을 꾸리는 일. 이전의 삶과는 달라질 수밖에 없고, 달라야 한다. 시댁·친정과의 관계를 확실하게 정리하지 않으면 갈등의 골이 깊어지고, 소중한 배우자와 나 사이에 금이 갈 수 있음을 유념하자.



1) 결혼정보업체 비에나래와 재혼전문사이트 온리유의 공동조사 참고, ‘내가 일찌감치 이혼한 이유… 처가간섭, 부정행위 못 참아’(2011.11.21, 한국경제)
2) ‘백년손님은 무슨…. 장서갈등시대’(2015.11.16, 헤럴드경제)
3) ‘기혼직장인, 몸은 처월드 마음은 시월드’(2016.5.18, The business)



이현수
일상심리 전문작가 겸 자유기고가. 매일경제·고용노동부·한국무역보험공사·서울신용보증재단·삼성생명·현대모비스 등 다양한 매체를 통해 전문가 칼럼을 연재하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