독립의 발자취

강제동원의 역사와

피해자의 목소리를 기억하라

독립의 발자취<BR />

글 편집실



민족문제연구소와 일제강제동원피해자지원재단의 공동 주최로 〈피해자의 목소리를 기억하라, 강제동원의 역사를 전시하라〉가 식민지역사박물관에서 개최되었다. 이번 전시는 일본이 지워버린 강제동원·강제노동의 역사를 피해자들의 목소리로 증언하고자 하였다.


 
alt

전시장


조선인들의 강제동원에 대해 설명해주세요 

하시마섬이라고도 불리는 군함도는 품질 좋은 석탄 공급원으로 일본의 근대화와 산업화를 이끈 곳입니다. 그러나 탄광산업으로 번영을 누린 군함도에는 강제징용된 조선인들의 희생이 서려있습니다. 정부 조사에 따르면, 1939~1945년 사이 하시마탄광에 1,000명이 넘는 조선인이 동원되었을 것으로 추정됩니다. 화장(火葬) 관련 문서로 확인된 사망자는 50명이며, 그중 절반 이상이 사고사였습니다. 조선인들은 그런 위험한 작업 환경에서 하루 12시간 동안 채굴 작업에 동원되어 강제노역을 견뎌야 했습니다. 


강제동원에 대한 일본의 태도는 어떤가요?

징용 피해자에 대한 일본의 사과나 반성은 단 한번도 없었습니다. 심지어 군함도를 산업혁명의 유산으로 부각시켜 세계문화유산으로 신청하였고, 2015년 7월 군함도 등 메이지시대 산업유산 시설 23곳에 대한 세계문화유산 등재가 결정되었습니다. 다만, 등재가 결정되었을 때 세계유산위는 “각 시설에 전체 역사를 이해할 수 있는 해석 전략을 마련하라”고 일본에 권고하였습니다. 당시 일본도 군함도 등에서 강제동원이 있었다는 사실을 포함한 전체 역사를 알리겠다고 약속했습니다. 그러나 6년이 지난 지금까지 일본은 진실을 감추었습니다. 유네스코 세계유산위원회는 이 점을 지적하는 결정문을 채택하였습니다.


이번 기획전 취지에 대해 말씀해주세요 

강제동원 피해자 19명의 증언을 담은 〈피해자의 목소리를 기억하라, 강제동원의 역사를 전시하라〉 전시는 피해자들의 생생한 목소리로 일본의 산업유산 시설이 지워버린 강제동원·강제노동의 역사를 증언하고,  일본에 ‘전체 역사를 알게 하라’는 2015년 유네스코 세계유산위원회의 권고 이행을 촉구하는 메시지를 담았습니다. 일본이 국제사회와의 약속을 이행하여 국제적으로 군함도에서의 인권 침해, 강제 노역 등 역사적 사실을 바로 알리기를 바랍니다.


전시에서 눈여겨볼만한 내용이 있다면요?

전시 특징은 강제동원 피해자의 생생한 증언 영상을 중심으로 구성된 것입니다. 증언 영상은 한국과 일본의 시민단체 및 정부기관이 수집·소장해 온 구술 기록들입니다. 특히 이번 전시를 통해 증언하는 모든 피해자들은 군함도 등 유네스코 일본 산업유산 시설에서 강제노동을 당한 분들입니다. 또한 중국인과 연합군 포로도 강제노동에 동원된 사실을 함께 조명하고 있습니다.증언 영상 가운데 일본 ‘오카 마사하루 기념 나가사키평화자료관’이 제공한 고(故) 서정우 씨의 영상은 국내 최초로 공개된 자료이며, 2021년 봄에 일제강제동원피해자지원재단 구술채록 사업으로 촬영된 강제동원 피해 생존자 4명의 증언 영상 또한 처음으로 공개되었습니다.


마지막으로 전달하고 싶은 메시지가 있다면요

이번 프로젝트를 통해 일제강점기의 아픈 역사가 아직도 청산되지 않았다는 사실을 깨달았으면 합니다. 일제 식민지 피해에 대한 사실을 제대로 알고, 피해자의 인권 회복을 위한 노력이 지금도 필요한 이유를 일본의 산업유산을 둘러싼 문제가 보여주고 있습니다. 일본은 여전히 식민지배를 부정하고 강제동원·강제노동의 역사를 지우려 하고 있습니다. 독립운동가들의 숭고한 희생에 보답하기 위해서라도 과거의 잘못을 지우려고만 하는 일본의 역사 왜곡에 대해 한 번쯤 돌아봤으면 합니다. 


19명의 증언으로 소환된 강제동원

전시는 크게 2부로 나눠진다. 먼저 제1부 ‘피해자의 목소리를 기억하라’에서는 증언 

영상을 중심으로 강제동원 피해자들의 여정을 크게 4개의 파트로 구성하였다.


alt

제1부 Part.1 ‘가라면 가는 거지’, Part.2 ‘갇혀서 일하는 신세야’(좌) / 제1부 Part.3 ‘살아도 사는 게 아니야’(우)


Part.1 ‘가라면 가는 거지’에서는 식민지 조선 청년의 강제동원 실상을 살펴본다. 식민지에서의 민중들, 그중에서도 가장 하층에 자리했던 소작농과 남의 집 살이를 전전하던 식민지 조선 청년들의 삶을 조명해본다. 또 이들을 대상으로 한 강제동원의 실상을 사료와 함께 이해할 수 있다.


Part.2 ‘갇혀서 일하는 신세야’에서는 강제노동 현장의 가혹한 일상을 되짚어 본다. 탄광, 제철소, 조선소 등지에서 고된 작업에 시달렸던 조선인들. 그들이 경험한 부실한 식사와 질병 등 열악한 처우를 견뎌야 했던 노동 환경을 보여준다.


Part.3 ‘살아도 사는 게 아니야’는 반인권적인 처우와 사건·사고 등을 다루고 있다. 강제동원 피해자들이 겪었던 구타와 가혹행위 등 반인권적인 처우 등을 살펴볼 수 있다. 여기에는 조선인과 더불어 강제노동으로 고통받은 중국인 및 연합군 포로들의 이야기도 포함된다.


Part.4 ‘다 같은 노예 신세였어’에서는 중국인 피해자와 연합군 포로의 강제노동 실태 등이 피해자들의 증언 영상을 중심으로 전시된다. 일본 ‘나가사키 중국인 강제 연행의 진상을 조사하는 모임’이 제공한 강제노동 중국인 포로들의 증언 영상과 POW(prisoner of war)연구회가 제공한 연합군 포로의 강제노동 실태도 함께 전시된다. 일본 산업유산 시설의 강제노동이 조선인뿐만 아니라 중국인 포로, 미국·네덜란드·호주 등 연합국 사람들에게도 가해진 전시 폭력이었다는 점을 강조하고 있다.


제2부 ‘강제동원의 역사를 전시하라’에서는 유네스코 일본 산업유산의 등재 논란과 

현재 강제동원·강제노동의 역사를 부정하는 산업유산정보센터의 문제점을 다루었다. 


alt

제2부 ‘강제동원의 역사를 전시하라’(좌) / 프롤로그 ‘차마 하지 못한 이야기’(우)      


지난 2015년 제39차 세계유산위원회 총회가 열린 독일 본 현지에서 민족문제연구소가 일본 산업유산의 침략사적 기원과 강제노동의 실태를 세계에 알리기 위해 개최한 〈부정적 세계유산과 미래가치〉 특별전 확장판이라고도 볼 수 있다. 이에 독일 아우슈비츠수용소, 영국 국제노예박물관 등과 같은 ‘부정적 세계유산(Negative Heritage)’이 어떤 방식으로 후대에 교훈을 전하고 있는지 소개하면서 일본 산업유산의 역사 부정 실태를 꼬집고 있다.

MAIN TOP
SNS제목