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문학관

일제강점기 해외 동포들이

써 내려간 항일 민족시가

「하나님께 슬픈 사정함」·「애가」

인문학관

글 김동수(백제예술대학교 명예교수·시인)



일제강점기 중국 상하이, 만주, 러시아 블라디보스토크, 미주 등지 해외에서 발표된 망명인사들의 항일 민족시가들이 무관심 속에 방치되어 있다. 아래 소개할 시가들은 1908년부터 샌프란시스코에서 발간한 『대도』에 게재된 작품들이다. 당시 해외 동포들의 망명문학에서는 국내 식민지 종속 문학과는 달리 한민족의 진정한 목소리와 시대상을 엿볼 수 있다.


『대도』와 양주삼의 발행 축사

『대도(大道)』는 1908년 12월 21일부터 1912년 7월까지 샌프란시스코(桑港) 한인 감리교회당에서 발행한 48면 내외의 조그마한 월간 종합지로서 미주 한인사(韓人史)에서 최초로 발행되었던 교회보(敎會報)이다. 『대도』의 창간호에는 양주삼 주필의 발행 축사, 종교론, 성경공부 등과 이승만의 「감사일 유감」, 정재관의 「인생의 가치」 등이 실려 있다. 

양주삼 주필은 창간호 축사에서 “공기라 하는 것이 인민생활에 긴요 막심하야, 만일 사람이 이삼 분 동안만 먹지 못하여도 즉시 생명이 끊어질 터이라 하나, 하나님의 도(道)는 사람의 육신과 영혼에 관계됨이 공기보다 천만 배나 더 밀접긴요하야, 하나님의 말씀 대도(大道)를 우리 한인에게 광포함을 표명함이라, 하나님의 진리에 따라 죄악을 벗고 자유인민이 되는 게 이 월보의 목적”이라 밝히고 있다.


비나이다 전능한데 / 도우소서 대한민죡 / 좁지않은 삼쳔리에 / 오십의인 없나잇까

다만열명 되드래도 / 살려주마 하셨으니 / 점고하오 우리들을 / 눈물씻고 고대하오

우리정상 보시려면 / 너무심히 벌주시네 / 동양서양 같은천주 / 하후하박 이같은고

무쇼불릉 하옵시니 / 우리소원 일우쇼서 / 다만청구 하는것은 / 자유독립 이뿐이오

이럿타시 호소할때 / 정신차려 생각하니 / 하나님의 말씀소리 / 귀에은근 들리는듯

예수께서 손을들어 / 독립문을 가르치며 / 저것보라 대한고아 / 무부무모 가련하다

동원춘몽 너의부형 / 모래위에 지은집이 / 동풍셰우 못이겨서 / 그만그뿐 씨러짓지

자비하신 하나님이 / 너희들을 경계하사 / 과거사를 생각하고 / 목적더욱 굿게하야

만세반석 됴흔터에 / 고대광실 새로짓고 / 자유행복 누리도록 / 마련하야 두셧스니

락심말고 힘만써라 / 나의한말 실신없다 / 할넬루야 할넬루야 / 쳐분대로 하오리다

「하나님께 슬픈 사정함」 철각생, 『대도』 제1권 8호(1909. 8. 20.)


영국 런던 철각생(가명)이 보내온 시 「하나님께 슬픈 사정함」에서는 민족의 설움을 하소연하고 있다. 한일병합 1년 전 이미 국권을 잃어 아비도 없고 어미도 없는 대한의 고아가 되어 무소불능하신 하나님께 “우리도 자유와 행복을 누리도록 해 달라”고 호소하고 있다.


이 세상에 애통할 일이 많고 / 피눈물 날일이 많으나

나라 잃고 멸망에 듬과 같이 / 애통한 일 또 없고나

이 세상에 수리되는 일 많고 / 천대 받는 일 많으나

독립자유 뺏기고 종됨같이 / 부끄런 일 또 없고나

우리에게 어려운 일이 많고 / 참 죽을 일 쌓였으나

이천만 우리민족 단결하면 / 빼앗긴 것 못 찾을까

이 세상에 쾌락한 일이 많고 / 영광스런 일 많으나

압제와 많은 고생 다 이기고 / 자유함만 못하도다

이 세샹에 귀중한 것 많으나 / 자유 생명 제일일세

자유 업는 백성은 생불여사 / 죽기로써 속박 끊게

락수힘 적으나 락하불식엔 / 금석도 능히 두르네

우리힘 적으나 용진불식엔 / 강한 압제 물려치리

젼능한데 우리를 도우시면 / 단긔유죡 중흥컸네

자비하신 천부께 비나이다 / 구원하심 비나이다  

오 조선민죡들아 맹셩하라 / 사망면케 맹셩하라

오 조선민죡들아 맴셩하라 / 속박 끊케 용진하라

「애가(哀歌)」, 『대도』 제2권 10호(1910. 10. 30.)


『대도』는 종교 잡지였으나 당시의 본국 상황을 엿볼 수 있는 각종 자료가 수록되어 있었다. 1910년 한일병합을 전후해서는 식민지로 전락한 본국의 정세를 자세히 보도하여 격렬한 배일(排日) 언론을 전개하였다. 그중에는 「합방조약 배척문」, 「한국을 위한 기도」, 「합방을 반대하는 선언서」, 「애가(哀歌)」 등 국권 상실에 따른 울분과 조국 독립운동에 나설 것을 호소하는 등 항일 논조가 많았다. 「애가」에서는 우리 민족이 단결하면 빼앗긴 걸 못 찾을 리 없다며 민족 단결과 광복 의지를 다지고 있다.

MAIN TOP
SNS제목