명화로 보는 세계사

자유의 여신은 민중들을 어디로 이끄는가
<민중을 이끄는 자유의 여신>

자유의 여신은 민중들을 어디로 이끄는가<BR />

글 고종환 아주대학교 외래교수

 

자유의 여신은 민중들을 어디로 이끄는가

<민중을 이끄는 자유의 여신>


루브르박물관에서 가장 많은 관람객의 시선을 끄는 두 개의 그림이 있다. 바로 <모나리자>와 <민중을 이끄는 자유의 여신>이다. 프랑스에서는 지폐와 우표의 도안으로 사용될 만큼 ‘자유의 여신’이 차지하는 위상은 대단하다. 영국으로부터 프랑스를 구한 잔 다르크가 보수를 대표하는 여인이라면, 자유의 여신은 진보를 대신한다. 그래서 프랑스 국민에게 혁명을 이끄는 이 여인의 모습은 익숙하고 또 상징적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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민중을 이끄는 자유의 여신

(1830, 외젠 들라크루아(Eugène Delacroix), 루브르박물관)

 

 

프랑스 대혁명을 묘사한 그림이 아니다?

<민중을 이끄는 자유의 여신>을 두고 많은 사람들이 오해하는 부분이 있다. 바로 그림이 프랑스 대혁명을 묘사하고 있다는 것이다. 전면에 있는 자유의 여신이 프랑스를 상징하는 삼색기를 들고 있기 때문에 그렇게 생각할 수도 있지만, 바로잡자면 1830년 7월 혁명을 배경으로 하고 있다. 이 혁명은 1830년 7월 28일부터 30일까지 3일 동안 파리에서 일어났던 혁명으로, 단 3일뿐이지만 천하를 흔들었다하여 ‘영광의 3일’이라고 불리기도 한다.
1824년 루이 18세에 이어 왕위에 오른 샤를 10세는 언론과 선거권을 제한하는 칙령을 발표하는 등 다시 왕정 시대로 돌아가려는 왕정복고를 시도한다. 1830년 5월 총선거에서 이를 지지하지 않는 반대세력이 대거 의회에 진출하게 되지만 국왕은 의회를 해체하고 재선거를 실시한다. 하지만 연이은 재선거에서 조차 같은 결과가 나오자 다양한 방법으로 반대파들을 탄압하기에 이른다. 이에 맞서 일어난 혁명이 ‘7월 혁명’이다. 부르주아·노동자·학생 등 많은 프랑스 시민들이 혁명의 대열에 동참했다. 특히 7월 28일부터 30일까지의 기간은 혁명이 최고조에 달했던 시기로 앞서 말한 영광의 3일에 해당한다.

 

민중들은 어디로 향하는가? 

낭만주의 작가들은 특정 사건에 화가 개인의 감정과 상상력을 첨가하여 그렸는데, 들라크루아의 작품인 <민중을 이끄는 자유의 여신>에서도 그 특징이 잘 드러나 있다. 즉 혁명의 정신과 대의에 동의하는 뜻을 담아 그림으로써 7월 혁명을 기리고자 했다.

그림에서 가장 먼저 눈에 들어오는 것은 삼색기를 높이든 자유의 여신이 민중들을 이끌고 어딘가로 가고 있는 모습이다. 자유의 여신과 민중들은 어디로 가려는 것일까? 또 자유의 여신이 민중을 이끄는 곳은 어디일까? 그림을 자세히 보면 어린 소년 옆에 나무기둥이 있다. 샤를 10세의 군인들은 노동자와 시민들이 왕궁으로 쳐들어오는 것을 막기 위해 노트르담 성당 부근과 파리 중심인 마레 지역에 집중적으로 바리케이드를 설치했는데, 그림 속 나무기둥은 바로 바리케이드를 의미하며, 동시에 무너져가는 샤를 10세 정부를 상징한다.

시민들의 발밑에는 바리케이드와 함께 화려한 복장을 한 사람도 보인다. 이들은 샤를 10세와 그의 왕정복고를 지지하던 기득권, 즉 귀족을 의미한다. 마찬가지로 귀족을 밟고 진격한다는 것은 낡은 봉건체제, 혹은 왕정복고의 종말을 뜻한다.

비록 들라크루아는 혁명의 일선에 참여하지는 않았지만, 자유의 여신과 소년이 민중을 이끌고 왕궁 앞 바리케이드까지 인도하는 그림을 통해 시민군의 승리를 염원했다. 그래서 그림의 원제는 <바리케이드로 민중을 이끄는 자유>였다.

들라크루아는 낭만주의의 대가답게 혁명의 상황에 자신의 상상력을 덧붙여 인상적인 장면으로 재탄생 시켰다. 이에 관한 내용은 그가 형에게 보내는 편지에서 엿볼 수 있다. “나는 근대적 주제인 바리케이드를 그리기 시작했다. 비록 내가 부당한 정권에 맞서 직접 싸우고 승리하지는 못했지만 적어도 국가를 위해서 그릴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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샤를 10세

(1825, 프랑수아 제라르 (François Baron Pascal Simon Gérard), 프라도 미술관)


고종환

한국 프랑스문화학회의 재무이사이자, 아주대학교와 경상대학교 외래교수. 프랑스 문화와 예술, 서양연극사, 광고이미지 등을 강의하고 있다. 대표 저서로는 『한권으로 읽는 연극의역사』와 『오페라로 배우는 역사와 문화』·『글로벌 다문화교육』이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