명화로 보는 세계사

출산을 위한 두 나라의 전쟁과 화해

출산을 위한 두 나라의 전쟁과 화해

글 고종환 아주대학교 외래교수

 

출산을 위한 두 나라의 전쟁과 화해

 


2018년 현재 대한민국의 인구는 5,178만여 명이다. 과거에 비해 인구가 늘었지만 정부는 출산율 저하에 따른 생산인구의 감소를 걱정하고 있다. 18세기 말 영국의 경제학 맬더스는 저서 『인구론』을 통해 인구증가에 따른 인류 생존의 위기를 경고했었다. 반면 지금의 우리 사회는 생산인구 감소로 인한 경제적 악영향을 염려하고 있다. 그렇다면 지금으로부터 수천 년 전 로마를 비롯한 고대 사회에서 인구증가와 감소는 국력에 어떤 영향을 끼쳤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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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비니 여인들의 중재

(1799, 자크루이 다비드(Jacques-Louis David), 루브르 박물관)

 

 

여인들이 전쟁에 끼어든 이유는?

<사비니 여인들의 중재>에서 우리의 시선을 사로잡는 건 무엇보다도 두 진영 사이에 선 여인들과 갓난아기의 모습이다. 중앙에 서서 싸움을 말리는 여인은 사비니 부족의 공주인 헤르실리아이고 오른쪽에 창을 높이 들고 던지려는 사람은 남편인 로마의 로물루스, 그리고 맞은편에서 방패를 들고 있는 사람이 바로 친정아버지인 타티우스다. 즉 그림은 로마와 사비니가 한창 전투에 열중하고 있는 한복판에 여인들을 그려 넣은 것이다.

사비니 여인들이 목숨을 걸고 끼어들었던 이유는 바로 전쟁을 중지시키기 위해서였다. 여인들의 입장에서는 자신들이 친정인 사비니인들과 현재 자신들이 남편인 로마인들이 서로 목숨을 걸고 싸우는 상황이었기 때문이다. 결국 헤르실리아를 비롯한 사비니 여인들의 용기 있는 행동으로 인해 로마와 사비니의 전쟁은 중단되었다. 이는 로마의 로물루스와 사비니의 타티우스 간의 평화협정 체결로 이어졌고, 양측은 공동 집권체제를 이루고 평화의 시대를 열어가게 되었다. 자크 루이 다비드의 <사비니 여인들의 중재>는 바로 그 역사적인 장면을 실감나게 묘사해내고 있다. 

 

과거에 무슨 일이 벌어졌는가?

건국신화에 따르면, 형제간의 권력투쟁에서 최후의 승자가 된 로물루스는 로마의 최고 지배자가 되었다. 당시 그에게는 한 가지 큰 걱정거리가 있었는데, 전쟁도 식량부족도 아닌 바로 출산을 할 수 있는 여자의 수가 남자에 비해 너무나 부족하다는 것이었다.

지금도 그렇지만 고대 사회에서 강하고 큰 국가를 이루기 위해서는 반드시 많은 수의 국민들을 갖추어야 했다. 이유는 간단하다. 원하는 것을 얻기 위해서는 이웃 부족이나 국가와의 전쟁에서 승리해야 했는데, 그러기 위해서는 전투에 나설 수 있는 남자들을 확보하는 것이 필수적이었다. 그러므로 여자가 부족하다는 것은 곧 용사를 낳을 사람이 부족하다는 것을 의미했기에 현대 사회에 비해 고대 사회에서는 더욱더 심각한 문제였던 것이다.

고심 끝에 로물루스가 생각해낸 방법은 바로 여성의 숫자가 풍부한 이웃 부족인 사비니에서 이를 충족하는 것이었다. 이를 위해 “새로 발견된 넵티누스(그리스의 포세이돈)신전 앞에서 축제를 열 것이니 함께 먹고 마시고 즐기자”며 사비니 사람들 중에서도 특히 여성들을 로마로 초대하게 된다. 그러나 이것은 사비니 여인들을 납치하기 위한 로물루스의 속임수였다.

많은 사비니 사람들은 아무런 의심도 없이 축제에 참가했다. 분위기가 한창 무르익었을 무렵, 로물루스가 보낸 신호에 맞춰 로마 병사들은 사비니 사람들을 죽이고 여인들을 납치하기 시작했다. 당시의 상황을 그린 게 바로 아래에 있는 니콜라 푸생의 그림, <사비니 여인들의 납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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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비니 여인들의 납치

(1640, 니콜라 푸생(Nicolas Poussin), 루브르 박물관)

 

그림에서처럼 축제를 즐기러 로마에 왔다가 기습으로 피해를 입은 사비니 부족은 빼앗긴 여인들을 다시 찾으러 로마로 쳐들어왔고, 결국 뺏긴 자와 빼앗은 자 간의 치열한 전쟁이 벌어졌다. 그 상황을 보다 못한 사비니 여인들이 중재에 나서는 게 바로 <사비니 여인들의 중재>인 것이다.

 


고종환

한국 프랑스문화학회의 재무이사이자, 아주대학교와 경상대학교 외래교수. 프랑스 문화와 예술, 서양연극사, 광고이미지 등을 강의하고 있다. 대표 저서로는 『한권으로 읽는 연극의역사』와 『오페라로 배우는 역사와 문화』·『글로벌 다문화교육』이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