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행에 숨은 역사

생명을 깨우는 봄의 대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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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사진 김초록 여행칼럼니스트

 

생명을 깨우는 봄의 대지

-경기도 안산-

 


깊어가는 봄, 경기도 안산으로 간다. 자연·문화·역사·공업의 도시인 안산은 크게 시내권과 대부도권으로 나뉘어 있다. 대부도는 방조제 건설과 함께 뭍처럼 왕래가 잦은 섬 아닌 섬이 되었다. 이곳의 북쪽에는 황금산(168m)이 솟아 있고 주변으로는 선감도·불탄도·풍도·중육도·미육도·말육도 등 17개의 유·무인도를 거느리고 있다.


안산의 얼굴, 대부도와 시화호

시흥 오이도와 대부도 방아머리를 잇는 시화방조제는 총 연장 12.7km의 웅장함을 자랑한다. 건설 계획 수립 당시, 그 거대한 규모로 인해 세간의 이목이 집중되었던 시화방조제는 여의도 면적의 60배에 달하는 1만 7,300ha의 토지와 1억 8,000만 톤의 넓은 호수를 만들어냈다. 방조제를 따라 들어선 길 옆으로는 자전거전용도로가 나 있다. 바람에 묻어오는 갯내음을 맡으며 힘차게 페달을 밟아보자. 차선과 분리되어 있어 안심하고 라이딩을 즐길 수 있다.

한쪽에는 휴게소·공원·달전망대 등 다양한 매력을 갖춘 시화호조력발전소도 들어서 있다. 이름처럼 달을 닮은 전망대는 시화방조제와 탁 트인 서해 풍경을 한눈에 감상할 수 있는 최적의 장소다. 유리 바닥으로 된 높이 75m의 관람로 일부 구간은 아찔한 재미를 더해준다. 방조제의 끝 무렵에서 서쪽길을 따라 올라가면 방아머리 선착장이 나온다. 이곳에선 바다낚시도 즐길 수 있는데, 주로 망둥어나 새끼 장어가 잡힌다.

남측 간척지에 펼쳐진 바다향기테마파크에서 봄 향기를 맡아보는 것도 좋다. 여의도공원 면적의 5배에 달하는 이곳엔 연푸른 갈대와 꽃·습지·수로·정자 등이 어우러져 계절의 정취를 제대로 즐길 수 있다.  

테마파크를 둘러본 후 다시 대부해솔길을 따라 구봉도로 가보자. 아름다운 봉우리가 아홉 개 있다 하여 구봉도라 이름 붙은 이 섬은 대부도에 있는 7개의 해솔길 중 제1코스 구간이다. 방아머리 음식거리를 거쳐 섬으로 들어서면 수채화 같은 풍경이 펼쳐진다. 이곳에서는 서해의 상징이라 할 수 있는 일몰과 노을을 볼 수 있어, 섬 특유의 낭만과 서정을 만끽할 수 있다.

좌대낚시터로 붐비는 들머리 저수지를 지나 잘 단장된 산책로를 따라 걷다보면 애달픈 사연을 지닌 선돌과 물맛 좋기로 이름난 천영물약수터 그리고 80여년 된 소나무가 숲을 이룬 구봉솔밭이 여행자들을 반긴다. 섬 끝머리에 있는 낙조전망대는 하나의 멋진 예술작품이다. 빨간 등대와 지는 해를 형상화한 조형물 앞에 서면 가슴이 탁 트이는 느낌을 받게 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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방조제에서 바라본 시화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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구봉도 낙조전망대에서 본 일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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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부 바다향기테마파크

 

하루가 짧은 체험 가득한 섬

구봉도에서 나와 대부도 남쪽에 위치한 탄도항으로 발길을 옮겨보자. 가장 먼저 만나게 되는 누에섬은 안산 9경의 하나로 하루 2번, 4시간씩 바닷길이 열려 들어갈 수 있다. 길게 이어진 바닷길 양쪽은 천혜의 개펄로 바지락·모시조개 등 해산물이 지천이다.

국내 최초로 해상에 설치한 풍력발전기는 또 다른 볼거리다. 이 발전기는 연간 207만 4,974kW의 전기를 생산하는데, 이는 500여 가구가 1년간 사용할 수있는 양이다. 이밖에 지상 3층 규모의 전망대도 있다. 이곳에 올라 바라보는 주변 경치는 그림처럼 아름답다. 탄도항 입구 안산어촌민속박물관은 서해안 갯벌과 어촌 어업에 관한 자료 등이 전시돼 있어 아이들의 배움터로 그만이다. 대부도는 이색체험을 즐길 수 있는 여행지로도 유명하다. 대부남동에 들어선 베르아델승마클럽은 조선시대부터 말을 키우고 조련하던 곳이다. 110개의 마방과 마장마 트랙을 갖추었을 뿐 아니라 여타의 제반시설 또한 구비되어 있어 숙식을 하면서 승마를 배울 수 있다. 인근에는 100년 역사의 동주염전도 있다. 일제강점기 때부터 천일염을 생산해온 곳으로, 이곳에서 생산되는 이른바 ‘깸파리소금’은 미네랄 함량이 월등하고 염화나트륨 함유량이 극히 적어 단맛이 감돌 정도라고 한다.

유리미술관과 야외 유리조각공원·유리공예체험장·작가 작업실·생태섬·맥아트미술관·유리공예 시연장 등을 갖춘 ‘유리섬’도 빼놓을 수 없는 관광지다. 세계 유리공예의 메카인 이탈리아 베네치아의 무라노섬을 꿈꾸며 만든 이곳에서는 공예전문가와 함께 유리를 가지고 다양한 소품을 만들어 볼 수 있다. 시연장에선 장인들이 하루 3번(토요일 4번), 30분씩 유리공예 제작 과정을 보여준다. 이밖에 국내외 종이 작가들의 작품을 직접 볼 수 있는 종이미술관과 고급 와인을 직접 빚고 전시, 판매하는 그랑꼬또 와이너리(그린영농조합)도 인기다. 

잘 알려져 있지 않지만 자연학습장도 준비돼 있다. 시화호 지구에 만들어진 갈대습지공원은 살아있는 생태체험장이다. 오염 물질을 걸러내는 갈대·줄풀·부들·고랭이 같은 수생 식물과 조류와 곤충·야생동물이 서식하는 인공 생태공원으로 꾸며져 있다.

한편 안산은 외국인이 가장 많이 거주하는 지역이기도 하다. 한국 속 작은 세계, 안산 다문화특구는 그렇게 생겨났다. 원곡동 다문화거리에는 외국인만을 위한 외국인주민센터 이외에도 은행이름을 한자로 새로 다는 등, 새로운 문화에 발맞춰 변화하고 있다. 세계 각국의 다양한 음식을 맛볼 수 있는 음식거리는 연일 복작거린다. 새로운 안산 9경 중 하나로 주목받고 있을 정도로 다양한 눈요깃거리가 가득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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동주염전에서 소금을 긁어모으는 아이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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알록달록한 유리섬 풍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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외국어 간판이 즐비한 안산 원곡동 다문화거리

 

독립운동의 거센 진원지, 안산

안산에 있는 상록수공원에서는 독립운동의 자취를 살펴볼 수 있다. 작가 심훈이 쓴 소설 ‘상록수’의 실제 모델인 최용신이 아이들을 가르치며 독립운동을 했던 곳으로 유명하다. 

심훈은 최용신과 관련된 내용을 자세히 알아보기 위해 이곳을 세 차례 찾았다고 한다. 행정구역상 안산시 단원구 본오동으로 안산 사람들에게는 커다란 자부심을 깆게 하는 상징적인 장소다. 지하철 상록수역과 행정관청인 상록구가 생긴 것만 봐도 이를 짐작케 한다.

공원 야트막한 동산에 들어선 최용신기념관(옛 샘골강습소 자리)은 일제강점기 시절, 농촌계몽운동을 펼쳤던 여성 독립운동가 최용신을 기리기 위해 건립됐다. 내부에는 상설전시실과 강당·교육실·체험전시실을 갖추고 있다. 그 옆으로는 그녀가 농촌 복음화를 위해 야학을 운영했던 샘골교회와 최용신의 묘소가 자리하고 있다. 최용신은 함경남도 태생으로 가난과 무지로 일제의 핍박을 받을 수밖에 없었던 농민들을 깨우치기 위해 협성신학교를 중퇴하고 이곳 샘골로 들어와 문맹퇴치와 애국심을 심어주는 계몽운동을 전개해 나갔다. 정부에서는 그녀의 공훈을 기려 1995년 건국훈장 애족장을 추서했다.

또한 안산은 1920년을 전후해 일제의 식민 통치에 대한 저항이 강하게 일어난 곳이다. 최용신을 필두로 유익수·윤병소·홍순칠·윤동욱·김병권·이봉문 등이 선두에 서서 태극기를 휘두르며 일제에 항거했다. 일제에 의해 저질러진 명성황후 시해와 단발령은 안산 지역의 의병들을 한데 모으는 기폭제가 됐다. 그 당시 의병 활동에 참가한 지역 주민이 약 4,000여 명에 이르렀다.와동체육공원에서는 3·1운동을 주도한 와리마을의 대지주 홍순칠의 자취를 확인 할 수 있다. 그는 42세의 나이에 독립운동에 참가한다. 만세운동이 전국적으로 촉발됐다는 소식을 들은 홍순칠은 이웃사람들을 불러 모아 자신의 사랑방에서 태극기 3,000여 개를 만들어 대규모 시위에 나섰다. 하지만 이 일로 일제에 체포되어 서대문형무소로 끌려가 6개월간 옥고를 치러야 했다. 출옥 후 고문 후유증으로 13년 동안 병고를 치르다 향년 55세 일기로 숨을 거뒀다. 와동체육공원에는 그의 자취가 담긴 공적비가 세워져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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단층 한옥양식의 최용신기념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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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용신이 야학을 운영했던 샘골교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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와동체육공원에 설립된 홍순칠 공적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