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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제와 오늘을 잇는 사람

‘인간’ 안중근으로
14년간의 열연

배우 정성화

 

글 편집실  사진 파크위드엔터테인먼트 제공



2009년 초연 이후 현재까지 대중의 사랑을 꾸준히 받는 뮤지컬 <영웅>이 최근 영화로 재탄생하였다. 

무대에서 무려 14년간 안중근을 연기한 배우 정성화가 영화에서도 안중근 역을 맡아 그의 삶을 누구보다 묵직하게 담아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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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성화 프로필

출생 :  1975년 1월 2일 

수상 :  2017년 제1회 한국뮤지컬어워즈 남우 주연상, 2020년 제11회 대한민국 대중문화예술상 문화체육관광부장관 표창 외 다수

뮤지컬 :  <라카지>, <영웅>, <맨오브라만차>, <레미제라블>, <킹키부츠>, <미세스 다웃파이어> 외 다수

영화 :  <위험한 상견례>, <댄싱 퀸>, <탐정 홍길동 : 사라진 마을>,  <영웅> 외 다수

무려 14년을 ‘안중근’으로 살아왔다.

2009년 뮤지컬 <영웅> 초연 이후 이번 시즌까지 총 8번 안중근 역으로 참여하였다. 무려 14년이라는 시간 동안 한 번도 허투루 하지 않았다. 철저한 자료조사를 통해 ‘인간’ 안중근에 가까이 다가가려고 노력했다. 그를 연기할 때 ‘비범함’ 뒤에 숨은 ‘평범함’을 꼭 표현하고자 했다. 특별한 모습이 아닌 ‘인간’ 안중근을 보여주고 싶기 때문이다. 한 가정의 일원으로서, 천주교 신자로서, 그리고 누군가의 동료로서의 다양한 면모를 최대한 담백하게 담아내려 지금껏 노력해왔다.


뮤지컬 <영웅>이 새 시즌을 시작했다.

뮤지컬 <영웅>이 2월 28일까지 서울 LG아트센터에서 공연될 예정이다. 이번 시즌을 준비하며 ‘어떻게 하면 노래 속에서 감정을더욱 섬세하게 표현할 수 있을까’에 대해 고민했다. 영화를 찍으면서 느꼈던 감정들을 무대 위에서 어떻게 구현할 수 있을지 고심했다. 뮤지컬 <영웅>으로 무대에서 관객들을 오랜만에 만날 생각을 하니 설레고 떨린다. 이 감정이 관객분들에게 오롯이 느껴지기를 바란다. 


뮤지컬 <영웅>이 롱런하는 이유가 무엇이라고 생각하나.

대한민국 역사상 중요한 인물 중 한 사람으로 꼽히는 ‘안중근’을 연기하는 작품이라 관심을 받기도 하지만, 무대 연출과 음악·안무 등 뮤지컬적인 요소들이 잘 갖춰져 있기에 14년간 변함없이 사랑받을 수 있었다고 생각한다. 매 시즌을 거듭할 때마다 현대의 입맛에 맞게 발전하려고 노력한 점들 때문에 지금껏 롱런할 수 있었다. 프랑스 뮤지컬 <레미제라블>은 30년이 넘도록 전 세계인들에게 많은 사랑을 받고 있다. <영웅>도 그런 작품이 되길 바라며 앞으로도 꾸준히 발전해나갈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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뮤지컬 <영웅> 중

<영웅>이 최근 영화로 재탄생하였다.

오리지널 뮤지컬이 영화화된다는 것은 뮤지컬을 하는 사람들이라면 모두 꿈꾸는 일이다. 그것을 실제로 이룰 수 있다는 것 자체로 감격적이었다. 촬영 내내 구름 위를 떠다니는 느낌이었다. 이왕이면 관객들 마음에도 쏙 들 수 있게 최선을 다하겠다는 다짐도 했다. 결과물을 보니 그동안 노력했던 순간들이 주마등처럼 스쳐 지나갔다. 윤제균 감독님은 ‘세계 어디 내놔도 부끄럽지 않은 작품을 만들자’고 입버릇처럼 말했다. 그런 작품이 나온 것 같아서 뿌듯하고 영광스러웠다.


죽음을 앞둔 안중근을 표현하기 위해 14㎏을 감량했다고.

과거 영화에서는 주연이 아니라 조연이나 단역을 주로 맡았다. 영화 <영웅>은 내가 처음 주연을 맡은 작품이다. 게다가 뮤지컬에 이어 안중근 역을 맡게 되었으니 각오가 남달랐다. 안중근의 모습에 더 가까이 다가가기 위해 살을 빼기로 결심했다. 무리한 체중 감량으로 기력이 떨어지는 바람에 아찔한 순간도 경험했다. 공연 당시 <장부가>를 부르며 고음을 지를 때 깜빡 기절한 적이 있다. 다행히 관객들은 모른 채 커튼콜까지 마쳤지만, 무대 뒤는 그야말로 난리였다. 이후 무대에서 <장부가>를 부를 때면 또다시 기절할까봐 조마조마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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뮤지컬 <영웅> 중(좌), 영화 <영웅> 스틸컷(우)

정성화에게 ‘안중근’은 어떤 존재일까.

안중근은 내게 햇빛 같은 존재이다. 그 덕택에 지금의 내가, 그리고 우리가 이 땅의 빛을 느끼며 살고 있기 때문이다. 그를 연기할 때마다 막중한 책임감을 느낀다. 관객에게 안중근을 오롯이 전달하는 것이 나의 책무이자 의무이다. 그래서 ‘어떻게 하면 오해 없이 의도를 전달할 것인가’에 대해서 끊임없이 연구하고 고민한다. 안중근이 뤼순감옥에서 쓴 ‘고막고어자시(孤莫孤於自恃, 스스로 잘난 체할수록 외로워진다는 뜻)’라는 글을 곱씹어보면, 마치 내게 하는 말처럼 들린다. 그를 떠올리며 항상 겸손한 마음으로 임해야겠다는 다짐을 한다. 안중근은 한곳에 머무르지 않았다. 나라의 독립을 위해 상하이·만주·다롄 등을 오가며 자신이 할 수 있는 일을 찾았다. 나의 배우 생활도 마찬가지라고 생각한다. 안중근처럼 현실에 안주하거나 머물러 있지 않고 계속 도전하는 사람이 되고 싶다.


관객에게 전하고 싶은 말이 있다면.

관객분들을 마주하는 순간은 언제나 감동적이다. 특히 할아버지·할머니가 손자·손녀와 함께 뮤지컬을 관람하며 이야기에 공감하는 모습을 보면 공연하는 사람으로서 참 행복하다. 동시에 관객분들이 이 작품에서 ‘나라’라는 상징을 다시금 되새긴다는 것 자체만으로 뿌듯하고 보람을 느낀다. 지금까지 그래왔던 것처럼 앞으로도 정성화가 표현하는 안중근을 보러오는 관객분들을 위해 자만하지 않고 열심히 고민하고 노력하겠다. 항상 과분한 관심과 사랑을 주셔서 감사하다고 말하고 싶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