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해시태그

행복한 인생의 답은 오늘에 있다

행복한 인생의 답은 오늘에 있다

글 장근영 심리학자


행복한 인생의 답은 오늘에 있다


미래의 안녕을 위해 현재의 행복을 미루자는 건 옛말이다. 한 번 사는 인생 후회 없이 살고 싶다면 외쳐라. YOLO! 당신은 오늘을 사는가, 내일을 사는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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재 주목 받는 YOLO의 가치
‘인생은 한번 뿐(You Only Live Once)’. YOLO의 기원은 상당히 오래되었다. 괴테가 1774년에 쓴 희곡 <클라비고>에도 ‘세상에서 한 번 뿐인 인생’이라는 문구가 등장하며, 1800년대 요한 스트라우스 2세가 작곡한 왈츠의 제목 중에도 역시 같은 문구가 있다. 물론 우리나라에도 잘 알려진 라틴어 경구 ‘너도 반드시 죽는다는 사실을 잊지 말라(Memento mori)’도 결국 같은 맥락이다. 21세기 들어서 이 단어는 트위터나 그래피티 같은 청년문화와 예술을 통해 점점 많이 알려지다가, 드레이크(Drake)라는 랩퍼의 노래 ‘the Motto’에서 인용되며 한 집단의 가치관을 대표하는 문장으로 자리 잡았다. 그런 면에서 이 문구는 ‘#해시태그’ 라는 칼럼의 취지와도 아주 잘 맞는다. YOLO는 실제로 트위터 사용자들이 많이 사용하는 해시태그 중의 하나이니 말이다.


당장의 쾌락과 당장의 용기 사이
어떤 사람들은 이런 태도를 불안한 눈으로 본다. 앞서 인용한 라틴어 경구 ‘메멘토 모리’가 ‘그러니까 지금을 즐겨라(Carpe diem)’라는 결론으로 이어지듯, YOLO도 지금 당장의 즐거움이나 쾌락에만 매달려서 미래에 대한 준비나 타인과 사회에 대한 책임을 방기할 것이라고 우려하는 것이다. 그런 걱정에는 그럴듯한 근거도 있다. 심리학자들에 따르면 인간과 인간 사이의 신뢰가 유지되기 위해서는 지속성에 대한 믿음이 필요하다. 예컨대 사람들은 지금 내가 만나는 사람을 앞으로도 계속 만나야 한다고 생각할 때, 그 사람과의 약속을 지켜야 할 필요를 느낀다. 만약 영영 다시 볼 일이 없는 사람이라면, 그와의 약속을 지키기보다는 지금 당장 나에게 이익이 많은 쪽을 선택하고 싶어진다. 사회나 세상을 대할 때도 마찬가지일 수 있다. 한 번만 사는 세상이라면, 도덕적으로 옳고 그름을 따지거나 윤리의식을 갖고 참고 살아가기보다는 그저 지금 내가 하고 싶은 대로 사는 게 최선이 아니겠나. 내세나 윤회에 대한 종교적인 신념이 사람들을 더 도덕적으로 만든다는 종교인들의 주장도 같은 맥락이다. 현세에서 죄를 저질러가며 즐긴 쾌락의 대가를 내세에서 치러야 한다는 믿음이 있다면 우리는 좀 더 조심스럽고 윤리적으로 살아가지 않겠느냐는 것이다.
하지만 인류의 역사를 돌이켜 보면 이런 우려는 불필요해 보인다. 인생이 한 번뿐이라는 생각이 과감한 도전과 모험으로 이어지는 경우가 많기 때문이다. 일제강점기 독립운동에 헌신하기 위해서는 나라와 후손의 미래에 대한 걱정도 필요했겠지만, 한 번뿐인 인생을 조국 독립을 위해 던지자는 과감함 역시 반드시 필요했을 것이다. 우리가 용기를 내기 위해서는 자신감이나 든든한 지원도 필요하지만, 어차피 빈손으로 왔다가 빈손으로 가는 인생인데 잃을 것이 뭐가 있겠느냐는 미련 없는 태도도 중요하다. 그렇게 용기를 얻은 많은 사람들이 정의를 위해 싸우고 세상을 혁신과 발전으로 이끌어갔다.


인생을 좌우하는 건 과거도 미래도 아니다
YOLO라는 단어가 알려진 과정이나 배경 탓에, 이것이 주로 젊은이들의 태도나 가치관을 대표한다고들 생각한다. 하지만 반드시 그래야 할 이유는 없다. 삶의 유한성을 가장 절실하게 느끼는 사람들은 젊은이들이 아니라 인생의 반환점을 돌아선 중년 이후의 성인들이기 때문이다. ‘반환점’이란 지금까지 지나온 거리보다 앞으로 남은 거리가 더 짧아지기 시작하는 경계선이다. 그동안은 앞길이 구만리 같고 끝이 없을 것 같던 인생이었지만, 반환점 이후부터는 조금씩 그 결말이 보이기 시작한다. 같은 직장에서 비슷한 일을 하는 선배들이나 앞서가는 동료들이 예측의 근거가 된다. 구체적인 미래가 그려지기 시작하면, 질문 하나가 떠오른다. “이것이 진정 내가 원하는 내 인생의 마무리인가?” 이 질문에 ‘그렇다’는 답을 할 수 없다면, 나의 인생은 지금 심각한 위기에 처한 것이다. 유감스럽게도 대부분의 사람들은 이런 질문을 직면하는 것 자체를 꺼린다. 그랬다가는 자신이 감당할 수 없는 현실을 마주해야 할까봐 두렵기 때문이리라.
YOLO의 힘은 그 확고부동한 진실성에 있다. 우리에게 인생이 단 한번뿐이라는 것은 누구도 부인할 수 없는 명확한 사실이 아닌가. 조만간 평균수명 100세 시대가 온다고 하지만, 우리들 각자의 앞일은 아무도 모르는 법이다. 미래는 아직 오지 않았고 과거는 이미 지나간 것이라면 우리가 ‘현재’를 지내고 있다는 사실은 분명하다. 따라서 인생을 제대로 산다는 건 바로 지금 현재에 충실하게 산다는 이야기이리라. 지금 하고 싶은 일, 그리고 지금 해야 하는 일을 놓치지 않고 최선을 다해 달성하려는 자세, 그것이 YOLO의 결론이 아닐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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장근영

심리학자 겸 칼럼니스트. 연세대학교 심리학과를 졸업하고 동 대학원에서 박사학위를 받았다. 현재 국책연구소인 ‘한국청소년정책연구원’에서 활동하며 대학에선 매체심리학·발달심리학 등을 강의하고 있다. 저서로는 『심리학 오디세이』, 『팝콘심리학』 등이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