진실 혹은 거짓

전쟁의 참혹함 속 희생된 소녀들의 이야기
영화 <귀향>

전쟁의 참혹함 속 희생된 소녀들의 이야기<BR />영화

글 편집실


전쟁의 참혹함 속 희생된 소녀들의 이야기
영화 <귀향>


감독: 조정래
주연: 강하나, 최리
개봉일: 2016년 2월 24일


우리가 역사, 특히 일제강점기 나라를 잃었던 시기를 잊지 말아야 하는 이유는 과거를 되풀이 하지 않기 위함이요, 또한 그 아픔이 채 다 아물지 않았기 때문이다. 위안부 문제를 다룬 영화 <귀향>은 전쟁의 참혹함 속에서 스러져간 소녀들의 삶을 주목하며 말한다. 아직 우리의 아픔은 끝나지 않았다고.

           


        

Q. 위안부는 언제 세상에 알려졌을까?

영화의 시작에는 위안부 피해자로서 상처를 감추고 살아가는 노쇠한 여인 영옥이 등장한다. 때는 1991년, 실제로 ‘위안부’ 문제가 수면 위로 떠오른 시기다. 그해 8월 14일 위안부 피해자 고 김학순씨의 공개증언으로 위안부 피해 사실이 세상에 처음 알려졌다. 김학순씨를 비롯한 위안부 피해자 3명은 도쿄지방법원에 일본 정부의 보상을 요구하는 소송을 청구하였고, 이로써 본격 위안부 문제가 시작되었다. 2013년 이후 8월 14일은 세계 일본군 위안부 기림일로 정해져, 매년 이날이면 전세계에서 일본군 위안부 피해자를 기억하는 각종 집회와 문화행사가 개최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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위안부 피해자 김학순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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위안부 피해 공개증언 모습(1991년 8월 14일)

           


           

Q. 소녀들은 어떻게 위안부에 동원되었나?

경남 거창 한디기골, 전쟁과 상관없이 평화로운 나날을 보내는 듯했던 이곳에도 그림자가 드리워졌다. 어느 날 14살 소녀 정민의 집에 일본군이 찾아온 것. 정민은 영문도 모른 채 끌려가 다른 여자아이들과 함께 기차에 실려 알 수 없는 곳으로 향한다.

위안부는 일제강점기 일제가 자행한 강제인력수탈 중 하나로 일본군 성노예다. 당시 한국을 비롯한 많은 피지배국 여자들이 ‘돈을 많이 벌 수 있게 해주겠다’는 거짓 꾐과 강제연행을 통해 위안부에 동원되었다. 이 같은 사실은 피해자와 몇몇의 양심 있는 가해자의 증언 위주로 밝혀지다가, 학자들이 발굴해낸 군문서와 당시 일본군의 회고록, 관련 전범재판 기록 등 문서화된 증거를 통해 더욱 분명히 확인되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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Q. 영화 속 정민이 마주한 참혹한 삶은 모두 역사적 사실일까?

중국의 한 일본군부대에 도착한 정민과 소녀들은 이곳에서 육체적·정신적 폭력을 받으며 지옥과도 같은 나날을 보낸다. 고통을 이기지 못하고 죽은 친구들의 시신은 그대로 길가에 던져지거나, 불에 태워졌다.

조정래 감독은 <귀향> 개봉 당시, 위안부 피해 여성 강일출씨의 그림 ‘태워지는 처녀들’을 보고 영화를 제작하게 되었다고 밝혔다. 그림 속에는 한 무리의 여성들이 불에 타고 있다. 강일출씨는 위안부에 있던 당시 그림에서처럼 일본군의 소각명령에 목숨을 잃을 뻔 했다가 가까스로 위기를 넘기고 살아남았다고 증언했다. 영화 속 그려진 위안부 모습은 이처럼 위안부 피해자들의 증언을 충실하게 반영한 것으로, 일제가 자행한 지독한 인권유린의 참상을 고발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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강일출씨의 작품 ‘태워지는 처녀들’

           


           

Q. 고국에 돌아오게 된 여성들은 어떤 삶을 살았을까?

영옥은 정신대 피해자 신청을 하러 동사무소를 찾았지만 끝내 용기를 내지 못하고 돌아선다. 그때, 그녀의 뒤에서 한 직원의 말이 들려온다. “미치지 않고서야 누가 그런 거를 신고해.” 그러자 영옥은 뒤돌아 울분을 토한다. “내가 그 미친년이다!”

<귀향>은 위안부 소녀들이 넋이나마 돌아오길 바라는 ‘귀향(鬼鄕)’이란 의미다. 일제강점기 우리나라에서 일본군에 끌려간 위안부 소녀는 20여만 명, 그중 살아 돌아온 사람은 238명, 현재는 단 38명만이 남았다. 그러나 그나마 그리운 고국으로 돌아온 이들이 마주해야 했던 또 다른 상처는 바로 사람들의 손가락질과 편견이었다. 위안부 문제가 뒤늦게 밝혀진 이유는 다만 일본의 역사 왜곡 행태에만 있지 않다. 상처를 감싸 안아주어야 할 우리 조국이 오히려 그들을 외면했기 때문이다. 일제의 만행으로 죽음보다 더한 고통을 겪어야 했던 이들, 그 상처가 하루 빨리 치유될 수 있도록 우리 모두 함께 노력해야 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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위안부 문제 해결을 염원하기 위해 세운 평화의 소녀상