끝나지 않은 독립운동
독립운동 관련 기념사업회
(법인)의 현황과 과제

글 이계형 국민대학교 특임교수
독립운동 관련 기념사업회
(법인)의 현황과 과제
1945년 우리 민족은 광복을 맞았지만, 독립운동은 끝나지 않았다. 여전히 미완으로 남은 사건, 해결되지 못한 문제, 기억해야만 하는 역사가 있기 때문이다. 끝나지 않은 독립운동은 독립운동사를 과거에 머문 역사가 아닌 현재의 문제로 다루며, 오늘도 신문 한쪽을 차지하고 있는 독립운동 및 일제강점 이슈를 소개한다.
소외받는 독립운동사
2019년, 올해가 한국 독립운동사에서 의미 있는 해라고 하는 것은 누구나 아는 사실이다. 3·1운동과 대한민국임시정부가 100주년이 되기 때문이다. 신문·방송 매체뿐만 아니라 여러 관련 기관들이 연일 이와 관련한 기사를 쏟아내고 특집극, 다큐 등을 방송하며 기념행사도 다채롭게 준비 중이다. 의미 있는 일이 아닐 수 없다.지금처럼 국민들이 독립운동에 높은 관심을 가질 때 한 번쯤 되새겨 봐야 할 것이 있다. 그동안 한국 근대사에서 한국 독립운동사는 소외되어 왔다. 간혹 신문 기사와 방송 뉴스에 학생들이 안중근 의사와 윤봉길 의사가 어떤 독립운동을 했는지 혼동한다는 이야기가 등장하곤 한다. 일반인들도 이와 크게 다르지 않다고 생각한다.
정부가 독립운동 단체나 독립운동가 선양을 위한 사업을 게을리 했기 때문은 결코 아니다. 이를 주관하는 국가보훈처나 독립기념관에서는 다양한 사업을 통해 국민들에게 독립운동의 가치와 독립운동가들의 정신을 기리고 있다. 하지만 기관들의 노력에 비해 일반인들이나 학생들의 관심이 부족하고 정보에 대한 공유가 적은 것이 현실이다.
기념사업회의 역할
그렇기 때문에 정부 주도의 독립운동 선양 사업을 뒷받침 할 수 있는 민간인 단체의 역할이 중요하다. 독립운동 관련 기념사업회가 가장 대표적인 민간인 단체로 국가보훈처에 등록되어 있다. 국가보훈처는 1995년부터 재단·사단법인 형태의 비영리 법인을 허가해주고 있는데, 그 대상은 일제의 국권침탈 전후로 국내·외에서 항거, 순국하거나 그 사실이 있는 독립유공자에 대한 기념사업을 하고자 하는 자이다. ‘매헌 윤봉길 의사 기념사업회’, ‘도산 안창호 선생 기념사업회’와 같이 ‘○○○ 의사·선생 기념사업회’ 등의 이름으로 운영되는 단체들이다.
2019년 2월 현재 국가보훈처의 허가를 받은 순국선열, 애국지사와 관련한 법인 기념사업회는 모두 121개(재단 7개, 사단 114개)이다. 독립운동가 77명, 단체는 43개이다. 사무소 주소지별로는 서울 62개·경기 15개·전북 9개·경북 9개·경남 6개·전남 4개·부산 4개·충남 3개·충북 3개·대구 2개·울산 2개·광주 1개·대전 1개 등으로 분포되어 있다. 연대별로 설립 상황을 보면, 1955년 2월 일성이준열사기념사업회가 처음으로 만들어진 이후 1960년대 1개·1970년대 5개·1980년대 6개·1990년대 16개·2000년대 46개·2010년대 42개가 등록되었다. 2000년대에 들어 증가 추세다. 이는 기념사업회의 설립 일자가 아닌 법인 등록일자로 정리한 수치이다. 가령 백범김구선생기념사업협회는 1949년 8월에 설립되었지만, 1992년 7월 임의단체에서 사단법인으로 등록되었다.
독립운동가 77명을 공훈별로 살펴보면, 2018년 11월 현재 대한민국장 17명/30(5)명·대통령장 16명/92(11)명·독립장 27명/821(35)명·애국장 11명/4315(4)명·애족장 3명/5682(12)명·건국포장 3명/1270(3)명 등이다(‘/’ 아래 숫자는 전체 인원이고 ( )는 외국인 수). 대한민국장은 건국훈장에서 가장 높은 등급인데, 외국인을 제외한 독립운동가 대부분을 대상으로 한 기념사업회가 설립되어 있다. 다만 최익현·조소앙 등의 기념사업회는 법인으로 등록되지 않았고, 이승훈은 문화재단 형태로 운영되고 있다. 안타깝게도 민영환·임병직·조병세·오동진 등의 기념사업회는 만들어지지 않았다. 그 다음 등급인 대통령장은 18.5% 정도이며, 외국인 중에서는 유일하게 베델선생기념사업회가 있다. 지난해 2018년 11월에서야 석오이동녕선생선양회 발기인대회가 개최되었다. 이하 독립장이 0.3%, 애국장이 0.02%에 불과하여 무의미할 정도이다. 43개의 기념사업회는 지역별·운동별로 설립되었다. 이 가운데 3·1동지회, 3·1여성동지회, 민족대표33인기념사업회 등 3·1운동 관련 단체가 가장 많고, 다음으로는 의병 관련 기념사업회가 많다. 독립운동 단체 중심의 기념사업회는 대한민국임시정부기념사업회 등이고 경상북도독립운동기념관 등 지역 출신의 독립운동가들을 선양하기 위한 기념사업회가 활동하고 있다.
‘기념사업회’의 주요 사업은 순국선열과 애국지사의 탄신·의거·순국일 등에 대한 추모·기념식에 집중되는 경향이 강하다. 이는 정부 보조금이 추모제나 기념식에 치중되어 있기 때문이다. 하지만 그마저도 단체별로 선별적으로 이뤄지며 액수도 그리 많지 않다. ‘의사(義士)’들의 뜻을 후대에 기리는 문화행사나 이를 학술적으로 뒷받침하기 위한 연구발표 등은 언감생심이다. 그렇다 보니 재단이나 현충시설인 기념관 외에는 다채로운 행사를 기획하기 어렵고 대부분 자비로 운영하는 열악한 실정이다. 기념사업회도 부익부 빈익빈 현상이 심해지고 있는 상황인 것이다. 기념사업회 측은 허가를 내준 정부의 지원을 바라고, 정부 측은 지원에 대한 법적 근거가 없다는 말만 되풀이하고 있다.
어떻게 활성화할 것인가
기념사업회는 여러 독립운동가와 독립운동 단체를 기리기 위해 만들어졌으며 전국에 걸쳐 있다. 이러한 점에서 기념사업회가 국민들에게 한 발짝 더 다가가 독립운동의 의미를 알릴 수 있는 단체임에는 틀림없다. 이에 기념사업회의 문제점을 살펴 어떻게 활성화할 것인지 방안을 찾아야 한다.
먼저 정부 측은 법률을 수정해서라도 기념사업회 지원을 늘려야 한다. 대중들에게 널리 알려진 몇몇 독립운동가 혹은 단체 중심의 기념행사에 그쳐서는 안 된다. 오히려 기념사업회를 늘려 다양한 독립운동의 선양 사업이 이루어져야 한다. 둘째, 기념사업회 측은 특정 독립운동가의 업적만 내세우는 것을 지양해야 한다. 독립운동가별로 기념식을 치르기보다는 기념일에 맞춰 관련 기념사업회가 공동으로 기념행사를 하는 방안도 고려할 수 있을 것이다. 가령 청산리·봉오동전투 100주년을 기념하는 내년(2020년)에는 김좌진, 홍범도, 최운산 등의 기념사업회가 공동으로 기념행사를 개최하는 것은 어떨까 생각해 본다. 셋째, 기념사업회 사무소가 서울에 편중된 것도 해결되어야 한다. 지역에서 운영되고 있는 기념사업회의 경우, 지자체의 재정 지원을 받거나 보훈처에서 참관하여 사업 활성화를 도모하고 있다. 독립운동가 출신지 혹은 활동지에 기념사업회가 꾸려져야 할 것이다. 마지막으로, 기념사업회의 행사는 기존 방식에서 탈피해야 한다. 청년층이나 학생들까지도 아우를 수 있는 문화행사로 바뀌어야 한다. 그래야만 독립운동의 정신을 계속해서 이어나갈 수 있는 것이다.
3·1운동과 대한민국임시정부 수립 100주년을 맞이하여 우리는 그 자체의 행사만을 주목하고 있다. 정부와 기념사업회는 ‘독립운동 선양 사업’이라는 같은 목표를 가지고 있지만, 안타깝게도 그들의 시선은 점차 다른 곳을 향하고 있는 듯하다. 그 의미를 더 드높이고 지속하기 위해서는 독립운동 관련 사업을 전반적으로 되돌아보고, 문제점을 점검하여 개선해야 한다. 의미 있는 100주년을 맞이하여, 가치 있는 앞으로의 100주년이 되기 위해서는 독립운동가들이 그랬던 것처럼, 나보다는 우리를 위해 큰 가치를 생각할 때이다. 그리고 대중의 관심을 생각하고 바라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