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터뷰
‘장군’ 안중근의 면모를 담은
<하얼빈>으로 돌아온
우민호 영화감독
<남산의 부장들>, <내부자들>로 강렬한 인상을 남긴 우민호 감독이 4년 만에 신작 <하얼빈>으로 돌아왔다.
1909년을 배경으로, 하나의 목적을 품고 하얼빈으로 향하는 안중근과 그를 쫓는 이들 사이의 숨 막히는 추적과
의심을 그린 작품이다. 우 감독은 이번 작품을 통해 의사나 투사로서의 안중근 보다
‘장군’ 안중근의 면모를 그려낼 것을 예고했다.
우민호 영화감독

12월 25일 개봉을 앞둔 영화 <하얼빈>을 소개해 주세요.

<하얼빈>은 안중근이 하얼빈역에서 이토 히로부미를 저격하기까지 독립투사들의 치열한 분투를 그린 첩보 드라마입니다. 안중근뿐만 아니라 그와 뜻을 함께했던 독립군들의 이야기가 스크린에 펼쳐집니다. 이전까지 제 영화가 주로 악인들을 다뤘다면, 이번에는 처음으로 선의를 가진 인물들을 중심에 두게 되었습니다. 나라를 위해 기꺼이 목숨을 내던진 독립운동가들의 마음 깊숙한 곳에 자리한 감정의 원천을 좇으려 노력했습니다. 많은 관심과 기대 바랍니다.

이번 영화를 연출하기로 결심한 배경이 궁금합니다.

대한의군 참모중장으로서 안중근 장군이 이토 히로부미를 저격했다는 사실은 국민 모두가 알고 있습니다. 하지만 그 과정에 대해서 영화적으로 ‘이것을 흥미롭게 구성해 볼 수 있지 않을까?’란 고민을 많이 했습니다. 이번 작품이 안중근 장군의 내면에 한 걸음 더 가까워질 수 있는 계기가 되었으면 하는 바람으로 연출하였습니다.

영화에는 안중근 외에도 여러 독립투사가 등장하는데 이들은 각자의 서사를 갖고 있습니다.
역사에 기록된 인물 중 어떤 이들을 골라내 재현할지 고민이 있었을 것 같은데요.

우선 안중근이 중심에 있었습니다. 그의 작전에 끝까지 가담했던 우덕순과 도움을 아끼지 않았던 최재형은 실존 인물입니다. 그 외 김상현, 이창섭, 공부인은 모두 영화적 상상력을 더한 허구의 캐릭터입니다.
실제 독립운동가들의 일부 요소를 가져와 이들 캐릭터를 재구성했습니다. 특히 공부인은 당시 여성독립운동가들을 대표하는 인물로 설정했는데요. 이전 제 작품에서 주로 1:1 장면이 많았다면, <하얼빈>에서는 동지들이 한 프레임에 모인 그룹 숏이 많다는 점이 특징입니다.

영화 <하얼빈> 스틸컷

몽골과 라트비아 현지 로케이션 촬영을 고집한 이유는 무엇인가요?

실제 독립운동가들이 활동했던 곳은 중국과 러시아였지만, 촬영이 불가능한 상황이었습니다. 라트비아는 소련의 식민지였던 시절의 건축 양식이 많이 남아 있어, 배우들이 계단을 오르는 모습만 찍어도 세월의 질감이 자연스럽게 묻어났습니다. 광활한 대륙을 누비며 이곳저곳을 떠돌았던 안중근과 독립투사들의 여정을 체감하려면, 몸으로 겪는 고생도 필요하다고 생각했습니다. 그래서 만주와 유사한 지역을 찾다 몽골로 눈을 돌렸지요. 산이 없는 끝없이 펼쳐진 대지 위에 서 있자니 인간이 한없이 작은 존재처럼 느껴졌지만, 신기하게도 정신은 오히려 맑아지더군요. 대륙을 떠돌던 안중근과 독립투사들 역시 이런 풍경 속에서 자신들의 사명을 더 확고히 다졌으리라 생각했습니다. 그 때문에 당시 일본 제국주의와 맞서며 이토 히로부미를 암살하는 거사를 치를 수 있었겠지요.

대한민국 국민이라면 누구나 안중근의 얼굴을 알고 있습니다.
그를 연기하는 배우가 실제 인물과 얼마나 닮았는지 검증하려는 관객이 있을 수밖에 없을 텐데요.
안중근 역으로 현빈을 캐스팅한 이유는 무엇인가요?

어린이·청소년문학은 희망을 이야기하는 장르입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세상은 살 만한 가치가 있다’고 말하는 이야기들이 어려서부터 좋았던 것 같아요. 덕분에 어른이 되어서도 어렸을 때 읽었던 책들의 힘으로 세상에 대한 믿음을 가지고 살아갈 수 있지 않았나 생각해요. 그러니까 제가 책을 통해서 세상을 배우고, 인간에 대한 믿음을 배우고, 위로받은 것처럼 어린이들도 제 책에서 그런 경험을 했으면 좋겠다고 생각해요.

촬영 기간 내내 현빈은 진정성 있는 몰입으로 현장 스탭들의 극찬을 받았다고 하는데….

현빈은 국내에 존재하는 대다수의 안중근 관련 자료를 찾아보며 철두철미한 준비를 했습니다. 그는 조국을 빼앗긴 시대를 살아가며 목숨을 건 작전에 나서야 하는 안중근의 외로움과 결단력을 동시에 보여주는 섬세한 감정 연기뿐 아니라, 하얼빈으로 향하며 펼쳐지는 다양한 액션까지 선보였습니다. <하얼빈>에서 현빈은 이전 작품들과는 또 다른 깊이와 결과를 지닌 안중근을 완성해냈으며, 차별화된 캐릭터를 통해 관객들에게 신선한 인상을 남길 것입니다.

영화 <하얼빈> 스틸컷

이번 작품에서 안중근의 어떤 면모를 가장 중점적으로 그리고자 하셨나요?

기존의 역사서나 매체에서는 주로 안중근의 숭고한 희생과 의사 및 투사로서의 면모에 초점이 맞춰져 있었습니다. 하지만 <하얼빈>에서는 대한의군 참모중장으로서의 그의 전략적이고 결단력 있는 모습, 즉 ‘장군’ 안중근의 면모를 부각하고자 했습니다. 그는 단순히 개인적인 신념을 넘어 동지들과 함께 조국의 독립을 위해 치밀한 작전을 계획하고 실행한 지도자였습니다. 이를 표현하기 위해 작전 회의 장면이나 동지들과의 교감, 그리고 위험천만한 임무를 수행하는 과정을 섬세하게 담아냈습니다. 관객들에게는 한 인물이자 지도자로서의 입체적인 안중근을 보여주고 싶었습니다.

마지막으로 <하얼빈>을 기다리는 관객들에게 한 마디 부탁드립니다.

<하얼빈>은 단순한 역사적 사건의 재현을 넘어, 그 속에 담긴 인물들의 갈등과 결단을 생생히 느낄 수 있는 작품입니다. 모두가 알고 있는 역사이지만, 그 이면에 숨겨진 이야기와 독립투사들의 뜨거운 열망을 새로운 시각으로 담아내고자 했습니다. 이 영화를 통해 안중근 장군의 진정성과 독립운동가들의 헌신을 느끼며 깊은 감동과 생각할 거리를 가져가시길 바랍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