명화로 보는 세계사
프랑스 대혁명을 촉발한
테니스 코트의 선서

글 고종환 아주대학교 외래교수
프랑스 대혁명을 촉발한
테니스 코트의 선서

테니스 코트의 선서
(1791, 자크 루이 다비드(Jacques Louis David), 베르사유궁)
매년 7월 14일은 우리나라의 광복절에 해당하는 ‘프랑스 대혁명’을 기념하는 날로 프랑스 전역에서 불꽃놀이를 비롯한 다양한 행사가 열린다. 무슨 일이 벌어졌었기에 이날을 매년 기념하고 있는 걸까? 1789년 7월 14일, 프랑스 구체제의 상징으로 군림하던 바스티유 감옥이 분노한 프랑스 시민들에게 함락되었고, 이 습격은 프랑스 대혁명으로 이어졌다. 루이 14세 이후 이어져 오던 전제정치는 시민들의 힘에 의해 종말을 맞이하게 되었다.
바스티유 습격
(1789, 장피에르 루이 로랑 위엘(Jean-Pierre Houel), 프랑스 국립도서관)
당시 무슨 일이 있었는가?
바스티유 감옥은 1370년 백년전쟁 당시 영국으로부터 파리를 방어할 목적으로 샤를 5세가 건립한 요새로, 이후 오랜 세월에 걸쳐 순차적으로 증축하여 완성되었다. 8개의 탑으로 둘러싸인 직사각형 모양의 건축물로 길이 68m·너비 27m·높이 24m의 요새였던 바스티유 감옥은 17세기 루이 13세 시절부터 일반 범죄자를 비롯해 개신교도와 같은 종교인들과 금서를 저술·출판한 이들을 주로 수감했다.
사실 분노한 시민들이 바스티유 감옥을 공격했던 것은 이와는 관련이 없는 두 가지 이유에서였다. 하나는 바스티유 감옥에 정부의 무기와 탄약이 보관되어 있다는 점이었고 또 다른 하나는 전제정치에 저항하다 붙잡힌 억울한 정치범들이 많다는 것이었다. 이밖에도 루이 16세의 명령으로 근교에 주둔해 있던 무장한 정부군이 시민들을 강제진압하기 위해 파리로 들어온다는 소문이 돌았고, 이것이시발점이 되어 1만여 명의 시민들이 바스티유 감옥으로 향했던 것이다.
그러나 기대했던 사실과는 달리 감옥 안에는 보관된 무기가 없었고 정치범도 수용되어 있지 않았다. 하지만 이 사건은 프랑스 대혁명의 기폭제로 작용하여 바스티유 감옥 습격과 파리 시민들의 저항 소식은 삽시간에 퍼져나갔다. 전국의 가난한 농민들을 선두로 시민들은 각 지역의 성을 공격·방화해나가기 시작했고, 프랑스 전역은 순식간에 혁명의 도가니로 바뀌었다.
왜 테니스 코트인가?
그림은 프랑스 대혁명 직전인 6월 20일을 배경으로, 특권계층에 대한 과세 문제를 둘러싸고 벌어졌던 사건을 상징적으로 보여주고 있다. 당시 프랑스는 거듭된 전쟁과 기근으로 경제가 파탄 날 지경에 이르렀다. 이를 보충하기 위해 그동안 면세 대상이었던 제1신분이었던 성직자와 제2신분이었던 귀족에게 과세를 부과할 수밖에 없었다.이를 위해 루이 16세는 1614년 이후 열리지 않았던 ‘삼부회’를 175년 만에 소집하였다.
삼부회란 제1~3신분의 대표들이 모여서 국가의 중요한 일을 결정하는 회의를 말한다. 1789년 회의에서는 제3신분이었던 시민 610명이 영국식 의회제도인 1인 1표제를 주장하였으나 성직자인 제1신분 300명과 제2신분 귀족 291명이 이에 반발하면서 신분 간의 대립이 발생하였다.
원래 세 신분은 각각 300명 정도였다. 그러나 1년 전 재무부 장관이었던 네케르의 제안에 따라 제3신분이 두 배로 늘어나게 되면서 이러한 양상이 펼쳐지게 된 것이다.
신분 간 갈등이 지속되자 6월 17일, 미라보가 이끄는 제3신분은 집회를 열고 스스로를 국민을 대표하는 ‘국민의회’라고 칭하였다. 이와 같은 행보에 제1신분과 제2신분의 일부 귀족들도 국민의회에 점차 합류하기 시작했다. 위협을 느낀 국왕의 동생 아르투아 백작 등 강경파는 국
왕을 재촉하여 제3신분들이 모여 있던 회의장을 전격 폐쇄하기에 이른다. 이에 6월 20일, 국민의회는 회의장을 베르사유 궁전의 테니스코트 건물로 옮겨 자신들의 요구가 승인되어 헌법으로 제정될 때까지는 의회를 해산하지 않겠다고 선서한다. 그 장면이 바로 이 그림이다. 테니스 코트의 선서는 절대왕권의 종말과 주권재민의 출발을 선언한 위대한 사건이었다.
고종환
한국 프랑스문화학회의 재무이사이자, 아주대학교와 경상대학교 외래교수. 프랑스 문화와예술, 서양연극사, 광고이미지 등을 강의하고 있다.
대표 저서로는 <한권으로 읽는 연극의역사>와 <오페라로 배우는 역사와 문화>, <글로벌 다문화교육>이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