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해주 의병항쟁을 선도한

간도관리사 이범윤

   이범윤(李範允 : 1856∼1940)은 최재형(崔才亨)과 함께 연해주 의병을 주도한 인물이다. 이범윤은 관직으로 나아가 1902년 6월 간도시찰원, 1903년 7월 간도관리사(間島管理使)로 임명되어 간도지방 한인보호에 앞장섰다.
   구한말 의병의 최후 구국항전은 1907년 일제가 한국군대를 강제 해산한 시기를 전후하여 크게 확대되었다. 중부지방으로부터 전국적 규모로 확대된 국내 의병 뿐만 아니라 북간도와 오늘날의 연변지역과 러시아 시베리아 연해주지방에서도 두만강을 넘나들면서 의병항쟁을 전개하였다. 그중 국외 의병은 국내에서 일제와 싸우다가 북상하여 더욱 장기적이며 효과적인 항전을 다짐한 의병이었고, 그밖에도 그곳 한인사회를 바탕으로 편성된 의병도 많았다. 이들 국외 의병은 비록 큰 전과를 올리지는 못했을지라도 1개 사단이 넘는 일제 국경수비대의 방위망을 뚫고 국내 진공작전을 감행하였다.
   당시 이 같은 국외 의병의 대표적인 중심인물이 바로 1902년이래 간도관리사를 지내다가 러일전쟁 때부터 항일을 표방하고 사포대[私砲隊;충의대(忠義隊)라고도함]를 이끌고 연해주로 넘어가 의병항쟁을 주도한 이범윤이다. 이범윤은 연해주 한인사회에 신망이 높고 부호로 알려진 최재형과 연합하여 3,4천 명에 달하는 의병을 모아 그곳 한인사회에서 연추(煙秋)라고 부르던 크라스키노(노우키에프스크)를 중심으로 활동하였다.
   1904년 러일전쟁 중에는 500여 명의 이범윤 부대가 참전하여 일본군과 교전하였다. 이범윤 부대는 사포대가 중심을 이루었고 구 한국군과 의병출신들이 포함되어 있어 항일의식이 투철하였다. 1905년 정부로부터 소환명령이 내려졌는데 중국의 압력 때문이었다. 그러나 이범윤은 소환에 응하지 않고 중국령을 떠나 러시아 연해주로 근거지를 옮겼다. 연해주지방에는 이범윤 외에도

삼수·갑산 등지에서 용맹을 떨친 홍범도(洪範圖)와 황해도 의병장 이진룡(李鎭龍)을 비롯하여 엄인섭(嚴仁燮)·안중근(安重根)·김영선(金永先) 등의 의병장이 이범윤과 최재형 휘하에서 활동하거나 별동부대를 편성하여 의병항전을 전개하였다.
연해주의병의 국내 진입작전 가운데 대표적인 것이 1908년 7월 두만강을 건너 함경북도 6진 지역에서 항전하던 300∼500명으로 추산되던 연해주의병의 국내진공작전이다. 러시아에는 수많은 독립운동가들이 활동하고 있었는데 이범윤을 동의회(同義會) 회장으로 추대하고 이 지역에서의 독립운동을 본격화하였다. 연해주의병의 가장 두드러진 특색은 1910년 국망 에 직면하여 13도의군(十三道義軍)을 편성하여 연해주뿐만 아니라 연접한 서북간도, 나아가 국내 13도 의병의 통합군단을 도모하였던 것이다. 유인석(柳麟錫)은 13도의군 도총재가 되 고, 이범윤은 장의총재에 추대되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