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과 소련의 분할 점령 아래 살아야 했다. 이처럼 길었던 외세의 지배는 대한민국 정부 수립을 계기로 비로서 끝난 셈이다.
   넷째, 대한민국 정부 수립은 한민족의 국가사(國家史)에서 최초의 민주주의 국체(國體)수립을 의미한다. 한민족은 5천년 가까운 세월 동안 귀족정(貴族政) 또는 왕정(王政) 의 국체를 채택했다. 우리 역사에서 민국이란 이름을 처음 쓴 이는 조선왕조 후기의 명군 정조(正祖)였다. 그 뒤 선구적 지식인들이 서양의 입헌민주주의 제도를 공부하고 토론하면서 민국이란 말을 썼다. 그렇다고 해도, 조선왕조가 멸망한 때로부터 9년 밖에 지나지 않은 1919년의 시점에서 공식적으로 채택했다는 것은 놀라우면서도 다행스런 일이었다.
   이렇게 볼 때, 대한민국 임시정부의 법통을 계승했음을 자임하면서 독립국으로 출발하는 터에 왕정으로 복고하지 않고 민주주의 국체로 궤도를 설정했음은 당연하다고 하겠다. 이것은 대한민국 정부 수립이 단순한 복국(復國)이 아니라 세계사의 조류에 발을 맞춰 국제사회의 당당한 민주적 일원으로 새롭게 출발하는 것임을 국내외에 선언한 것임을 의미한다.
   다섯째, 대한민국 정부 수립은 국제연합이라는 매개체를 통해 이뤄졌다는 점에서 특별한 의미를 갖는다.
   대한민국 정부는 국제연합의 결의에 따라 구성된 국제연합한국임시위원단이 참관한 1948년 5월 10일의 총선거 결과로 출범할 수 있었다. 이어 대한민국 정부는 1948년 12 월에 열린 제 3차 국제연합 총회에서 승인을 받았다. 이로써 대한민국과 국제연합 사이의 특별한 관계가 성립됐다. 이것은 대한민국으로 하여금 정부수립 직후의 시점에서부터 국제연합의 이상을 자신의 이상으로 받아들이게 만들었으며 국제연합의 친서방적 성격을 따르게 만들었다. 그 때는 미국이 국제연합을 사실상 압도적으로 주도하던 때였다. 따라서 원래 미국과의 협조속에 출범한 대한민국

정부는 더욱 친미적 성격을 갖게 됐다.
   여섯째, 대한민국 정부 수립은 한반도에서 남북대결의 분단국가체제가 공식적으로 성립됐 음을 의미한다.
   일제 패망 직후 연합국은 한반도를 북위 38도선을 경계로 남북으로 분할하여 북한을 소련이 점령하게 만들고 남한을 미국이 점령하게 만들었다. 남한에서 대한민국 정부가 수립되면서 북한에서는 이른바 조선민주주의인민공화국 정부가 수립됐다. 이로써 한반도에는 상쟁(相爭)하는 2개 국가 시대가 열리게 된 것이다. 이렇게 볼 때, 대한민국 정부 수립50주년을 맞이한 우리로서는 다음과 같은 과제를 설정하게 된다.
   첫째, 다시는 외세에 국권을 빼앗기기 않고 독립을 튼튼히 지켜야 한다는 과제이다. 이와 관련해, 주권의 제약을 뜻하는 국제통화기금(IMF)의 관리시대를 하루 빨리 끝내야 한다.
   둘째, 민주주의를 한 차원 높게 성숙시키고 발전시키는 과제이다.
   셋째, 국제연합의 이상인 인류평화에 이바지하는 과제이다. 우리는 어떠한 경우에도 국수주의의 유혹에 빠지지 말고 다른 나라들과 우호협력을 유지해야 한다.
   넷째, 민족의 평화통일을 성취하는 과제이다.

• 서울대 정치학과 졸업, 미국 피츠버그대 정치학사
• 12대 국회의원, 한국세계지역연구협의회 회장 역임
• 현재, 인천대학교 총장
• 저서: 『한국문제와 국제정치』, 『러시아 혁명사』등 저서·역서·편서 약 50권
• 논문: polltical quarterly(미국 정치학 아카데미 논문집)등 학술지에 100여 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