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 홀로코스트 기념 박물관(United States Holocau
st Museum)은 강제 수용소같이 생겼다. 유리와 강철 트러스로 된 천장과 육중한 철문이 달린 붉은 벽돌 벽으로 된 증인의 홀에 서면 금방이라도 날카로운 호각소리가 귀청을 찢을 것만 같다. 건물 사이는 유리통로로 연결하여 어디에서나 감시받고 있는 느낌이 들게 했다.

   1997년 6월 2일 박유철 관장과 함께 미국 출장 중 독립기념관과 가장 유사한 성격을 가진 미국 홀로코스트(대학살) 기념 박물관을 방문한 첫 인상이 그러했다. 이 박물관은 이전부터 독립기념관이 꼭 참고해야 할 곳으로 이야기되어 온 터여서 이 번의 방문은 오히려 때늦은 감이 있었다.

   프로그램 부책임자 에릭 마씨의 안내로 샅샅이 둘러 본 5층으로 된 수용소같은 이 박물관은 유대인들을 강제수용하고 있는 것이 아니라 독일 나치정권에 의해 자행된 6백 만 유대인 학살의 역사와 증거를 "수용"하고 있었다. 그리고 매일같이 관람객들을 "포로"로 잡는다. 일단 입구에서 금속탐지기를 지나, 소지품 검사까지 받은 관람객들은 안내자들에게 "붙잡혀(?)" 엘리베이터에 "강제로(?)" 태워져 4층으로 보내진다. 그러나 강제동선 때문에 "포로"가 되는 것만은 아니다. 인류사에서 다시는 되풀이 되어서는 안될 끔찍한 죄악인 대학살의 역사속으로 관람객을 끌어 들여 "너는 이럴 때 어떻게 하겠느냐? 방관자인 채로 있겠느냐? 한 발 더 나아가, 가해자 대열에 가담하겠느냐?"하는 인류적 양심에 묻는 무언의 "심문(?)"으로 "포로(?)"를 만들기 때문이다.

미국 홀로코스트 기념 박물관 정문

2.살아있는 박물관

   1993년 4월 22일 개관한 이 박물관은 와싱턴 DC 14번가와 인디펜던스 아베뉴가 만나는 시내 중심부에 있다. 이 박물관은 미연방정부에서 70%를 지원하고, 나머지는 기부금 등에서 충당하여 운영되는 국립기관으로 입장료는 무료이다. 그간 독립기념관에 대해 "적자경영"이라는 지적과 우려가 있어 왔는데, 전세계에서 이런 국민교육적 성격을 가진 박물관이나 기념관에 "흑자경영"을 요구하거나 기대를 하는 경우는 없었다. 모두 무료로 개방한다. 와싱턴의 미국국립역사박물관을 비롯한 열 다섯 개 스미소니안 박물관들이나, 모스크바의 대조국전쟁기념 중앙박물관(95년 개관), 이스라엘의 야드 바셈(유대인 학살 기념관) 등이 다 그러하다.

   이 박물관은 정규직원이 400명, 자원봉사자 400명인데 그 중에서 연구원이 50명이고, 연구관련 자원봉사자가 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