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록의 사각지대에서
독립의 이름을 찾다

독립기념관 자료발굴TF팀 김현진 연구원
  1. 독립기념관 ‘독립운동가 자료발굴 사업’을 소개해 주신다면요?
    2018년 시작된 자료발굴 사업은 역사 속에 묻힌 독립운동가를 발굴해 그 공적을 세상에 알리는 연구 사업입니다. 자료발굴 TF팀은 사료 속 인물의 인적 사항과 활동 기록을 체계적으로 정리합니다. 기초조사부터 공적 확인, 행적 추적을 통한 결격 사유 검증까지 거쳐 최종적으로 국가보훈부에 포상을 추천하며, 소식지와 언론을 통해 이들의 생애를 대중에게 알리는 역할도 병행하고 있습니다.
  2. 최근 자료발굴팀 사업의 주요 성과와 향후 변화가 궁금합니다.
    기존 문헌 중심 조사의 한계를 극복하고자 2025년부터 지자체 문서고를 전수 조사하는 ‘지역조사’ 방식을 도입했습니다. 그 결과 서산시청에서 『 수형인명표폐기목록』을 발굴해 40명의 새로운 독립운동가를 확인했으며, 이 중 28명이 2026년 3·1절 포상 심사 대상이 되었습니다. 향후에는 축적된 데이터를 DB화하여 독립운동사 연구의 학술적 기반을 넓힐 계획입니다.
  3. 가장 기억에 남는 독립운동가 사례는 무엇인가요?
    1919년 경북 영천 신녕공립보통학교의 박필환 교사와 제자들 사례입니다. 박 교사의 영향으로 학생 18명이 만세운동에 참여했고, 스승과 제자가 함께 대구형무소에 수감되었습니다. 이 기록은 사료상에 나타난 스승과 제자의 공동 항거라는 점에서 의미가 깊습니다. 식민 지배를 위한 기초 교육 기관이었던 보통학교가 일제의 동화 정책에 맞서 독립운동의 거점으로 기능했음을 보여주기 때문입니다. 박필환의 독립운동은 오늘날 우리에게도 귀감이 되었으며, 2025년에 대통령 표창을 서훈 받았습니다.
  4. 연구 과정에서의 보람과 현실적인 어려움은요?
    무명의 독립운동가에게 역사의 자리를 되찾아주는 것이 가장 큰 보람입니다. 반면, 엄격한 현행 서훈 기준과 역사적 실상 사이의 간극은 늘 고민입니다. 체포를 피해 활동하느라 형기 기록이 부족하거나, 극한 상황에서의 전향 기록이 결격 사유가 되는 경우 등 제도적 기준이 담아내지 못하는 투쟁의 현장감을 마주할 때 안타까움을 느낍니다. 반대로 형기가 확실하게 기록되어 있음에도 불구하고 성명이나 연령, 본적지와 같은 기초적인 인적 사항이 명확하지 않아 서훈의 문턱을 넘지 못하는 경우도 발굴의 큰 난제입니다. 서훈 기준의 엄격함은 마땅하나, 기록과 진실 사이의 괴리를 마주할 때엔 안타까움을 느낍니다.
  5. 자료발굴 연구자에게 가장 필요한 덕목이 있다면요?
    방대한 사료 속에서 진실을 찾는 ‘집념’입니다. 동명이인이 많고 인적 사항이 혼재된 경우가 흔해 판결문, 수형인명부, 신문 기사 등을 며칠씩 대조하며 교차 검증해야 합니다. 이 더디고 고된 과정 자체가 잊힌 영웅들을 불러내는 연구자의 사명이라 믿습니다. 또한, 독립운동가를 완성된 영웅으로만 묘사하기보다 시대적 한계 속에서도 결단을 내렸던 인간으로서의 모습을 담백하게 전달하는 데 집중합니다. 사료 너머에 존재하는 인물의 고뇌와 헌신을 왜곡 없이 명확하게 전달하는 것이 자료 소개 과정에서 지향하는 최종적인 목표입니다.
  6. 마지막으로 대중에게 전하고 싶은 메시지가 있다면 말씀해주세요.
    독립운동은 무장 투쟁뿐 아니라 야학, 소작 쟁의, 동맹휴학 등 일상의 다양한 형태로 존재했습니다. 대중이 생활 밀착형 독립운동의 가치를 폭넓게 인식할 때, 기록의 사각지대에 놓인 무명의 독립운동에 대한 정당한 평가가 시작될 수 있습니다. 또한, 연구 과정에서 마주하는 기록의 불완전성에 대한 사회적 이해가 필요합니다. 독립운동가들은 일제의 감시를 피하기 위해 철저히 가명을 사용하거나 기록을 남기지 않는 것을 원칙으로 삼기도 했습니다. 대중이 이러한 사료적 한계를 인지하고 기록된 문장 너머에 존재하는 독립운동가의 고뇌와 선택을 입체적으로 바라봐 주시기를 기대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