브릭 아티스트 이제형
말 그대로 ‘레고 브릭’을 이용해서 사진을 찍는 사진가입니다. 피사체가 사람이나 풍경이 아닌 브릭인 것만 다른 것이지요. ‘레고’는 상표명이기 때문에 일반명사인 ‘브릭’이라는 단어를 사용하고 있습니다. 영화 <스타워즈>를 40년 넘게 좋아한 올드팬 이라 주로 <스타워즈>의 한 장면을, 브릭을 이용해서 사진에 담아왔어요. 그 밖에도 역사적 스토리, 소소한 일상 이야기를 브릭 사진으로 표현해 왔습니다. 우리나라에서 브릭 사진으로 개인전을 연 최초의 브릭 사진가이기도 합니다.
중학생 시절 사진반 활동을 시작으로 30년 가까이 취미사진가로 살아왔습니다. 주로 인물사진을 찍어왔었는데, ‘사람들의 이야기를 남녀노소 모두 좋아하는 브릭 인형으로 표현하면 어떨까?’ 하는 생각이 들어서 브릭 사진을 찍기 시작했습니다. 제 브릭 사진의 모토를 ‘브릭 인형에 생명을 불어넣자.’로 짓게 되었지요. 브릭은 당시 어린 나이였던 제 아들, 딸과 함께 즐길 수 있는 장난감이면서 제 카메라의 피사체가 되었습니다.
10년 가까이 브릭 사진을 촬영해 오면서 다수의 개인사진전과 단체사진전은 물론 여러 기업과 협업도 했습니다.
역사가 깊은 사진 잡지에 작품이 실리고 청와대 사랑채에서 브릭 사진도 전시하게 되었지요. 브릭 사진을 하나의 장르로 인정받으면서 유명 카메라 브랜드의 공식 갤러리에서 단독 사진전도 열게 되었습니다. 2018년은 아마추어 사진가로서 이보다 더 큰 영광은 없을 정도로 제가 이루고 싶은 것은 모두 이룬 한해였습니다.
그 전시회를 마지막으로 상업적인 사진보다는 보람되고 뜻깊은 공익을 위한 사진 작업을 하고 싶었습니다. 마침 2019년은 3·1운동과 대한민국 임시정부 수립 100주년이 되는 해이기도 했고요. 어린 학생들에게 마블의 <어벤져스> 보다 더 멋진 독립 운동가들의 이야기를 알리기로 마음먹었습니다. 2018년 말부터 독립운동 역사를 공부하게 되었고 독립운동가들을 브릭으로 표현하는 작업을 시작하게 되었습니다.
<우리 모두가 독립운동가>
디테일이 살아 있지 않은 브릭 작품은 그저 장난감으로 보일 수밖에 없지요. 작품의 디테일을 살리기 위해서는 독립운동가의 비장한 표정은 물론, 머리부터 발끝까지 거사 당시의 모습을 최대한 유사하게 재현하는 것이 무엇보다 중요한 일입니다.
그러기 위해서는 고증에 충실해야 하는데, 판매되고 있는 브릭 제품으로는 표현에 한계가 있습니다.
한복과 같은 그 당시 복장과 안중근 의사의 권총 같은 것은 직접 조각해서 만들어야 했어요.
또한 독립운동가들이 거사에 입었던 복장이나 무기에 대한 자세한 정보가 없고 온라인상에서 진위를 판단하기 어려운 경우도 많아서 작품을 시작하기 전에 상세 자료를 찾는 게 힘든 일 중의 하나입니다.
고등학생 시절부터 역사에 관심이 많아 우리나라 역사에 대해 잘 알고 있다고 자부하고 있었는데, 작품을 만들기 위해 상세한 자료를 찾아보면서 제가 잘못 알고 있는 역사 이야기가 많다는 사실을 깨달았습니다.
브릭으로 독립운동가를 표현하는 이유는 어린이들에게 독립운동을 알리고 흥미를 유발하기 위한 것인데 제가 과장되거나 잘못된 정보를 작품에 남기면 어린이들에게 오랫동안 각인될 수 있기 때문에 실제 역사와 창작의 수위를 조절하는 것이 힘든 일이었지요.
또한 한국인뿐 아니라, 브릭을 좋아하는 외국인들에게도 우리의 독립운동 역사를 알리는 데 주력하고 있습니다.
사진으로 이야기를 전달하는 것은 국경이나 언어의 장벽을 넘어 작품에 공감하게 하는 힘이 있는 것 같아요.
그래서 사진 한 장을 찍을 때 별다른 설명 없이 누구라도 이해할 수 있는 장면을 만들려고 노력하고 있습니다.
브릭은 남녀노소 모두가 좋아하는 장난감입니다. 어린아이뿐 아니라 중장년층도 빠져들 수밖에 없는 묘한 매력이 있지요.
또한, 전 세계인이 즐기는 장난감이기 때문에 국적과 언어의 장벽을 뛰어넘을 힘이 있습니다.
우리나라의 독립운동 역사를 이런 브릭을 이용해서 멋지게 표현한다면, 이보다 더 좋은 홍보 수단이 있을까요?
<이재명 의사의 이완용 처단>(좌), <이순신 장군의 명량해전>(우)
<안중근 의사의 하얼빈 의거>
가장 애착이 가는 사진은 <안중근 의사의 하얼빈 의거>입니다. 브릭을 이용한 독립운동가 연작을 시작했을 때 첫 번째로 만들고 싶은 작품이기도 했고, 하얼빈 의거 장면은 머릿속에서 가장 선명하게 떠오르는 이미지이기도 했습니다.
제 사진에 포토샵이나 CG 효과를 최소화 하고 있는데, 하얼빈 의거 당시 증기 기관차에서 뿜어나오는 자욱한 연기를 배경으로 하기 위해 상당한 공을 들였습니다. 이때 연기의 표현은 드라이아이스를 이용했는데, 마음에 드는 장면이 나올 때까지 사과 한 박스 분량의 드라이아이스를 사용한 것이 기억에 남습니다. 한 장의 사진을 얻기 위해 대략 300컷이 넘는 사진을 찍은 기억이 나네요.
네, 물론입니다. 그동안 독립운동가 사진작업과 더불어서 이순신 장군의 이야기를 브릭으로 만들어 왔습니다.
이 작업 또한 잘 모르고 있었던 임진왜란의 역사를 배울 수 있는 좋은 기회였는데요. 이순신 장군의 사진 작품들과 제가 그동안 표현하지 못했던 독립운동가들의 사진을 더 추가해서 1년간의 전시를 기획하고 있습니다.
브릭을 이용한 우리 역사 알리기 작업은 앞으로도 계속될 예정입니다.
과거를 제대로 청산하지 못한 우리에게 또다시 암울한 역사가 반복될 수 있습니다. ‘역사를 잊은 민족에게 미래는 없다.’라는 역사적 메시지를 되새기며 후손들에게 우리 역사를 올바로 알려주는 어른이 되고자 합니다. 감사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