독립의 발자취

소망이 녹녹히 서린 숲속으로

독립의 발자취<BR />

글 편집실



일제강점기 민족적 비운을 소재로 삼아 강렬한 저항 의지를 나타냈던 시인이자 독립운동가이육사의 삶과 작품을 만날 수 있는 전시가 서울 종암동에 자리한 문화공간이육사에서 펼쳐지고 있다. 이번 전시를 기획한 신유진 님의 해설을 따라 〈시가 내린 숲〉을 거닐어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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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화공간이육사 기획전 〈시가 내린 숲〉


Q. 〈시가 내린 숲〉을 어떻게 기획하였나요?

현재 코로나로 지친 많은 이들에게 진정한 감상과 휴식의 기회를 마련하고 싶었습니다. 이에 1943년 1월 1일 이육사가 절친한 문인 신석초와 눈 내린 숲을 거닐며 독립의 꿈을 이루기 위해 중국 베이징으로 향할 계획을 고백하는 장면을 모티브로 삼아 상상의 숲을 재현하였습니다. 엄혹한 시대적 상황을 즉시하고 고난을 극복하고자 했던 이육사의 단단한 마음이 많은 이들에게 전해지길 기대하였습니다. 이번 전시에 선정된 다섯 편의 작품과 시적 배경을 재해석한 공간 연출이 어우러져 색다른 체험을 경험하기를 바라는 마음으로 기획하였습니다. 


Q. 선정된 다섯 편의 작품을 소개해주세요.

이육사의 작품 가운데 ‘저항시의 백미’로 꼽히는 「절정」, 「꽃」과 같은 대표작을 비롯하여 「황혼」, 「파초」, 「비올가 바란 마음」처럼 널리 알려지지 않은 작품을 함께 만나볼 수 있습니다.  선정된 5편의 시는 당시 이육사가 처해 있던 상황 속에서 느꼈을 내면을 뛰어나게 형상화한 작품입니다. 이처럼 고통스러운 현실을 극복하고자 하는 의지와 따뜻한 인간애가 담긴 이육사의 작품들을 현대미술, 음향예술 등 다양한 영역의 예술가들이 재해석하여 오감으로 체험할 수 있습니다.


Q. 눈여겨볼 만한 점이 있다면요?

입구부터 펼쳐진 「황혼」 속 시어인 ‘커텐’을 직접 헤치고 나아가는 행위를 통해 새로운 감정을 느낄 수 있습니다. 또한 ‘석고를 입힌 벽면’에 새겨진 ‘앙상한 나뭇가지’를 마주하면 고통을 감내해야 하는 삶이 연상되기도 합니다. 이처럼 여러 장치를 통하여 다양한 감각을 깨우는 이번 전시는  마치 그 시절, 그 숲속에 있는 듯한 느낌을 선사합니다. 


Q. 이번 전시를 통해 기대하는 바가 있나요.

현대 예술가들과 함께 이육사의 문학세계를 새롭게 경험할 수 있는 감상의 장을 마련하고, 독립운동가의 강인한 투지 너머에 있는 이육사의 탁월한 문학적 감성을 감각적으로 그려내고자 하였습니다. 눈으로 보는 감상형 전시가 아닌 체험형 전시를 제공하여 관람객들이 이육사의 마음을 직·간접적으로 느껴보길 바랍니다. 어둡고 긴 코로나 시대 속에서 희망의 빛을 엿볼 수 있는 계기가 되기를 기대합니다. 


Q. 관람객에게 전하고 싶은 메시지가 있나요.

현재 여러분의 삶은 어느 계절의 숲에 머물러 있나요? 암울한 시대를 살아간 이육사는 끝내 추운 겨울을 견뎌내고 따뜻한 봄이 올 것을 강조하였습니다. 이번 전시를 통해 계절의 소리가 눈 밟는 소리에서 시냇물이 흐르는 소리로 이어지듯이 ‘누구에게나 결국 봄은 찾아온다’는 메시지를 전하고 싶습니다. 


Q. 향후 계획과 목표가 궁금합니다.

문화공간이육사는 누구에게나 열린 공간으로 이육사의 독립운동 정신과 문학적 감성을 느끼고 공유하는 곳으로 자리매김하고자 합니다. 앞으로도 이육사의 삶과 작품에 깃든 정신을 기리는 것과 함께, 지역 문화유산을 주제로 다양한 프로그램이 기획·운영될 것입니다.


1943년 1월 1일, 큰 눈이 내려 서울은 온통 새하얀 눈 속에 파묻혀 있었다. 아침 일찍 이육사는 절친한 시인 신석초를 재촉하여 답설(踏雪)에 나섰다. 두 사람은 청량리에서 홍릉 쪽으로 은세계와 같은 눈길을 걸어어느새 지금의 홍릉수목원에 다다랐다. 울창한 숲은 온통 눈꽃이 피어 가지들이 용사로 늘어졌고,길 양쪽에 잘 매만져진 화초 위로 화사한 햇빛이 깔려 금방이라도 햇싹이 돋을 것 같다.〈시가 내린 숲〉은 이육사가 신석초와 함께 거닐던 숲을 재해석하였다. 다섯 편의 작품 해석과 함께, 시적 배경을 재현한 공간 연출이 어우러져 관람객에게 색다른 체험을 선사한다.


「황혼」, 『신조선』, 1935.6

이육사는 일제 경찰에 수차례 체포되며 얻은 병환으로 요양을 반복하였다. 이에 「황혼」 속 시어인 ‘커텐’을 활용하여 부드러운 황혼의 심상을 전시공간에 담았다. 관람객들은 전시실 입구부터 ‘황혼의 커텐’을 헤치고 나아가는 촉각을 체험할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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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황혼」, 『신조선』, 1935.6

「절정」, 『문장』, 1940.1, 「절정」, 『문장』, 1940.1

석고를 입힌 벽면에 직접 앙상한 나뭇가지를 새김으로써 한겨울 추위에 홀로 선 겨울나무를 표현하였다. 관객으로 하여금 1943년 1월 1일 이육사와 신석초가 눈 쌓인 홍릉수목원에서 산책하는 모습을 보는 것 같은 느낌을 안긴다. 냉혹한 현실에 참담한 심정을 가장 절제된 언어로 표현한 「절정」, 「파초」를 형상화한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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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절정」, 『문장』, 1940.1, 「절정」, 『문장』, 1940.1

「비올가 바란 마음」, 1942.8

이육사는 1936년 8월 4일 경주 옥룡암에서 충남 서천군 화양면에 있는 신석초에게 엽서를 썼다. “전서(前書)는 보셨을 듯/ 하도 답 안 오니 또 적소/ 웃고 보사요.”라는 서두로 보아 한 통 이상의 편지를 썼을 것이다. 그때의 장면을 상상으로 재현한 곳으로 이육사가 처해 있던 상황 속에서 느꼈을 내면을 형상화하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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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비올가 바란 마음」, 1942.8

「꽃」, 『자유신문』, 1945.12

「꽃」 속의 ‘비 한 방울 나리쟎는’ 동방의 그때는 식민지 조국의 엄혹한 현실을, ‘꽃’은 독립의 열망을 상징한다. 이에 ‘바람결 따라 타오르는 꽃성(城)’에 비유한 조국의 광복을 공간에 표현하여, 희망찬 미래에 대한 확신을 드러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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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꽃」, 『자유신문』, 1945.1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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