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계 산책

1880년대 코카콜라에는 

코카인이 들었다?

세계 산책

글 도현신(역사작가)


전 세계를 통틀어 오래도록 인기가 있는 음료수는 단연 코카콜라라고 꼽을 수 있다. 하루에만 1억 개가 팔린다는 코카콜라는 청바지, 햄버거, 할리우드 영화와 더불어 미국 문화를 전파한 상징물로 자리 잡았다. 인기가 높은 만큼 코카콜라를 둘러싼 소문들도 무성하다. 코카콜라를 둘러싼 이야기 속으로 들어가 보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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초기 코카콜라를 개발한 약제사 존 펨버턴   

   

코카콜라의 어원이 코카인이다?

코카콜라를 둘러싼 소문 중 하나는 코카콜라에 코카인이 들어갔다는 내용이다. 코카콜라의 이름인 ‘코카’가 사실은 마약의 일종인 ‘코카인’에서 온 것이라는 것이다. 이에 코카콜라 본사에서는 “코카콜라에 코카인이 포함되었다는 소문은 유언비어”라고 부인하기도 했다.

하지만 놀랍게도 이 소문은 한때 사실이었다. 실제로 코카콜라를 발명한 미국 애틀랜타 출신 약제사인 존 펨버턴은 1886년 5월 “코카인의 원료인 코카잎과 코카나무 열매를 끓인 추출물에 설탕과 탄산수와 카페인을 넣어 코카콜라를 만들었다”고 밝혔다. 코카콜라에 코카인이 들어갔다는 사실을 공개적으로 발표한 그는 아무런 처벌도 받지 않았다. 어떻게 된 일이었을까?

이유는 간단했다. 1880년대까지만 해도 미국과 유럽 등 서구에서는 코카인의 제조 및 판매가 법으로 금지되지 않았기 때문이다. 1885년 오스트리아의 정신분석학자 프로이트가 〈코카에 관하여〉라는 논문을 써서 코카인의 효능을 찬양하는 일도 있었다. 그 역시 우울증을 앓을 때마다 코카인을 복용하였다고 한다. 

그보다 앞선 1863년에는 코르시카 섬 출신인 프랑스 화학자이자 약사인 엔젤로 마리아니가 코카인을 넣어 만든 포도주인 ‘마리아니 와인’을 만들어 “피로를 풀어주고 기운을 북돋워주는 강장제”라고 홍보하였다. 마리아니 와인은 알코올 도수 10%에 코카인 8.5%가 들어간 적포도주였는데, 이 와인을 한 번 마셔본 사람은 모두 알코올과 코카인이 주는 황홀함에 완전히 중독되었다. 그리하여 마리아니 와인은 순식간에 날개 돋친 듯이 세계 각지로 널리 팔려나갔다. 19세기 무렵, 서구의 유명 인사들 대부분은 한 번씩 마리아니 와인을 마셔봤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그렇게 마리아니 와인이 인기를 끌자 이것을 모방한 상품들이 등장하기 시작하였다. 그중 하나가 바로 코카콜라였다. 원래 코카콜라는 코카인과 콜라 열매 성분이 포함된 포도주여서 이름도 프렌치 코카 와인이었다. 그런데 마침 애틀랜타에서 술을 팔지 못하는 금주법이 통과되는 바람에, 팸버턴은 포도주를 빼버리고 대신 탄산수에 코카인과 설탕과 카페인을 넣은 다음 이름을 코카콜라로 바꿔서 팔았다. 마시면 시원한 느낌을 주는 코카콜라는 열렬한 인기를 얻었다.

존 펨버턴은 1888년 사망을 앞두고 코카콜라에 대한 모든 소유권을 약제사인 에이서 캔들러에게 넘겨주었다. 1892년 에이서 캔들러는 코카콜라 회사를 설립하고, 이때부터 본격적인 코카콜라의 역사가 시작되었다. 그런데 19세기 말엽부터 코카인이 사람에게 해로움을 끼친다는 부정적인 여론이 커졌다. 에이서 캔들러는 1903년 코카콜라에서 코카인을 완전히 제거하고, 대신 카페인 함유량을 기존 수치보다 5배나 높인 코카콜라를 만들었다. 이것이 오늘날 전 세계인들이 마시는 코카콜라의 원조가 되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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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리아니 와인 홍보(왼쪽) / 마리아니 와인 소개(오른쪽)


미군에 의해 전 세계로 퍼진 코카콜라

1941년 하와이 진주만의 미군 기지가 일본으로부터 공격당한 것을 계기로 미국은 제2차 세계대전에 참전하였다. 그리고 미군이 세계 각지로 파견되면서 코카콜라도 이들을 따라 지구촌 곳곳으로 퍼져나갔다. 마침 코카콜라 본사도 제품의 판매와 홍보에 미군을 적극 활용하였다. 전 세계에 주둔한 미군 기지에 코카콜라 자동판매기를 설치하고, 미군을 대상으로 술 대신 알코올 성분이 없는 코카콜라를 마시라고 선전하였다. 미군 장군들도 병사들이 술을 마시고 취해 행패를 부리는 것보다 취할 염려가 없는 코카콜라를 마시는 게 더 낫다고 생각해서 코카콜라의 반입을 환영하였다. 병사들도 주둔지 인근의 더러운 물을 마시고 배탈이 나는 것보다는 정수 처리를 해서 깨끗한 코카콜라를 더 즐겨 마셨다. 

1943년 6월 27일 북아프리카 알제리에 주둔한 아이젠하워 장군은 루스벨트 미국 대통령한테 코카콜라 300만 병을 보내달라고 전보를 보냈다. 그렇게 1943년 전 세계의 미군이 마신 코카콜라의 양은 무려 7,500만 병에 달했다. 코카콜라 본사는 1943년 전체 생산량의 3분의 1을 미군에 팔아 5,500만 달러의 수익을 거두었다. 

1945년 8월 15일 2차 세계 대전은 미군의 승리로 끝났다. 그리고 전쟁 중에 코카콜라를 마셔본 병사들은 제대한 뒤에도 코카콜라를 잊지 못해 계속 찾았다고 한다. 아울러 전쟁이 끝나고 한국과 일본 등 세계 각지에 주둔한 미군들을 통해 나라 각지에서 코카콜라를 접하게 되었고, 이후 코카콜라는 전 세계적으로 인기를 얻게 되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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