끝나지 않은 독립운동

독립운동가 의원들의 궤적을 통해
21대 후손 의원들에게 바란다

독립운동가 의원들의 궤적을 통해 <BR />21대 후손 의원들에게 바란다

글 이계형 국민대학교 교양대학 교수


독립운동가 의원들의 궤적을 통해 

21대 후손 의원들에게 바란다



1945년 우리 민족은 광복을 맞았지만, 독립운동은 끝나지 않았다. 여전히 미완으로 남은 사건, 해결되지 못한 문제, 기억해야만 하는 역사가 있기 때문이다. 끝나지 않은 독립운동은 독립운동사를 과거에 머문 역사가 아닌 현재의 문제로 다루며, 오늘도 신문 한쪽을 차지하고 있는 독립운동 및 일제강점 이슈를 소개한다.


해방 후, 제헌국회의 탄생

2020년 4월 15일, 제21대 국회의원 선거가 치러졌다. 여야를 떠나 입후보한 독립운동가 후손들은 ‘독립정신’을 이어 지역 일꾼이 되겠다는 출마의 변을 토로하고, 자기 소속 정당의 후보 지지 유세에 동참했다. 어떤 후보들은 지역 내 대표적인 독립운동기념탑이나 독립운동가의 동상에서 출정식을 하기도 했다. 다른 한편으로 시민사회단체가 중심이 되어 친일청산을 위한 입법 활동에 의지가 없거나 역사 왜곡 발언을 한 후보자들에 대한 낙선운동을 전개하였다. 여전히 우리 사회에 독립운동과 친일이라는 화두가 영향을 미치고 있음을 증명하는 것이라 할 것이다. 

제헌국회와 제2회 국회의원을 지낸 독립운동가들의 면모를 살펴보고자 한다. 이를 통해 독립운동가 후손 정치인들이 그들의 길을 따르거나 비판적으로 계승하여 더 나은 자취를 남길 수 있기 때문이다. 

먼저 1948년 5월 10일, 200명의 제헌국회 의원들이 선출되었다(제주 2명 포함). 당시에는 남북협상파가 불참한 가운데 총선거가 시행되었기 때문에 유권자들의 선택은 매우 제한적이었다. 이들 가운데 2020년 4월 현재까지 정부로부터 독립유공자로 포상을 받은 분들은 28명으로 파악된다. 반면 반민족행위자의 피선거권을 박탈하였음에도 일제의 식민통치에 협력한 인물들 50여 명이나 당선되었다. 해방 직후 ‘독립’ 대 ‘친일’이라는 세력 구도가 ‘공산주의’ 대 ‘자유주의’라는 국제정치적 균열로 압도당한 결과였다. 독립운동가 중에는 현실적으로 남북협상을 반대한 사람들이 총선거에 임하였고, 한국민주당 후보가 가장 많이 당선되었다(이인·김준연·나용균·정광호·신현모·백남채·서상일·최윤동·김도연·장홍염). 한국민주당은 해방 당시 임시정부를 지지하였으나 점차 이승만의 단정론으로 기울며, 대한민국 정부 수립에 중추적 역할을 하였다. 그 결과 한국민주당은 이승만이 이끄는 ‘대한독립촉성국민회’의 55명(이 가운데 신익희·이범교·육홍균·김철·오석주)에 이어 두 번째로 많은 29명의 의석을 확보하였다. 무소속 의원도 적지 않았다(홍순옥·연병호·이강우·구중회·오기열·최범술·배헌). 이외에도 대동청년당(지청천), 조선민족청년당(문시환), 조선공화당(김약수) 등이었다. 

제헌국회는 가장 먼저 친일파 숙청을 위한 반민법 제정 논의를 진행하였다. 서상일·김상덕·홍순옥·연병호·배헌·오기열·장홍염·이석·김약수 등이 적극적으로 동참하였다. 이들 가운데는 반민족행위특별조사위원회(이하 반민특위)에서 위원장(김상덕), 재판관(홍순옥), 조사위원(오기열) 등으로 활동한 인물도 있었다. 반면에 정광호·김준연 등은 특별재판부 설치에 반대하였고, 나용균은 친일파 공소시효를 단축하고자 하였으며, 이인 같은 경우에는 단독정부를 지지하며 초대 법무부 장관을 역임하고 반민특위 위원장을 지냈지만, 이전과 달리 이승만 정권에 부합하여 이를 해체하는데 한몫하기도 했다. 이 외에 서상일은 이승만 독재 반대 투쟁을 전개하고 호헌동지회에 참여하였으며, 신현모는 도산선생기념사업회 이사를 지냈고, 김도연은 박정희의 5·16군사정변에 정치 활동을 중단하는가 하면 1965년 한일기본조약 비준을 반대하며 의원직을 사퇴하였다. 장홍염은 이승만 독재를 저지하였지만, 1963년에 박정희의 민주공화당에 입당하였다가 1967년에 탈당하여 3선개헌 반대 투쟁을 전개하였다.


제2대 국회의원 선거와 전쟁

그 뒤 2년 동안의 제헌국회가 끝나고 1950년 5월 제2대 국회의원 선거가 치러졌다. 선출의석 수는 210석으로 10석 늘어났으며 경쟁률은 10.5대 1로(후보자가 2,209명) 역대 총선 중 가장 높았다. 각 지방의 유지들이 앞다투어 출마한 이유도 있었다. 아직은 정당정치가 뿌리내리지 못했던 터라 무소속 후보가 많았다. 이 시기에 이승만과의 정치적 갈등이 불거지자 신익희와 지청천 등은 ‘민주국민당’을 새롭게 출범시켰고, 이승만을 지지하던 세력들은 ‘대한국민당’을 창당하였다. 

제헌 국회의원 선거와 달리 남북협상파의 선거 참여가 두드러졌다(장건상·오화영·조소앙). 그러나 국회에 진출한 독립운동가는 21명으로 제헌국회 때보다 적었다. 재선에 성공한 경우는 신익희·지청천·장홍염·연병호·육홍균 뿐이었다. 역시 무소속이 가장 많았고(서민호·장연송·김종회·장건상·오화영·안재홍·윤기섭·정일형·이종현), 민주국민당(이진수·신익희·김양수·고영완·장홍염·지청천), 대한국민당(이규갑·연병호·육홍균), 사회당(조소앙·조시원), 민족자주연맹(원세훈) 등의 순이었다. 

하지만 며칠 뒤 발발한 6·25전쟁으로 미처 서울을 빠져나가지 못한 제헌의원 41명과 제2대 의원 24명(제헌의원 2명 제외)이 납북됐다. 공식 인정된 전체 납북자 수가 4,423명에 달하는데, 이 가운데 독립운동가 국회의원 홍순옥·정광호·이강우·구중회·김상덕·오기열(이상 제헌의원), 장연송·오화영·안재홍·윤기섭·조소앙·원세훈(이상 2대 의원) 등이 포함되어 있다. 김약수는 월북하였다. 이들은 제대로 국정을 펼치기도 전에 납북되고 만 것이다. 

납북을 면한 독립운동가 국회의원들의 활동상을 간략히 살펴보면 다음과 같다. 서민호는 거창양민학살사건 국회 조사 단장으로 활동하다 투옥되었고 1965년 한일협정에 반대하며 의원직을 사퇴하였다. 정일형은 줄곧 야당 국회의원으로 활동하였는데 그 또한 1965년 한일협정에 반대하여 의원직을 사퇴하였다. 김양수와 고영완은 이승만의 자유당을 견제하기 위해 민주당을 창당하는 데 힘을 보탰다. 이와 달리 이규갑은 이승만 정권에 참여하여 뒤이어 박정희의 민주공화당 고문을 역임하였으며, 이진수는 자유당에 입당하였다. 장건상은 한때 자유당에 입당했다가 탈퇴하여 호헌동지회에 참여하였고 1961년 5월 군사정변 당시 사상범으로 투옥되기도 하였다. 이를 통해 본다면, 독립운동가라 할지라도 해방 이후의 행보는 사뭇 달랐다. 정치권력을 쫓기도 했고, 독재 권력에 항거하다 투옥되는 고초를 겪기도 하였다. 이들에 대한 평가는 훗날 역사가들의 몫으로 남았다.


독립운동가 후손, 그리고 국회의원으로서의 길

이번 21대 국회의원으로 당선된 인사들 가운데 독립운동가 후손들이 적지 않다. 독립운동가 후손이자 국회의원으로서 어떤 길을 걸어야 할 것인가? 훨씬 앞서 살았던 고경명과 고광순의 이야기가 이들에게 하나의 이정표가 되지 않을까 한다. 임진왜란 당시 고경명은 전남 담양에서 의병을 모집한 뒤 금산싸움에서 왜군과 싸우다가 전사하였다. 그 뒤 310여 년이 지난 1907년에 그의 12대손인 고광순 또한 의병장으로 활동하던 중 전남 구례 연곡사에서 일본군에 맞서 싸우다 전사하였다. 선조가 나라가 외세에 어려움이 처했을 때 기꺼이 목숨을 바친 것처럼 후손 또한 그의 정신을 이은 것이다. 

독립운동가 후손이 선대의 독립정신을 그대로 이어가기란 쉽지 않다. 물론 지금은 국망의 시대도 아니다. 누구나 존경하는 독립운동가의 후손이라면 더욱 그럴 것이다. 어디에서나 귀감이 되어야 하고 반듯하게 살아야 하며 선대를 욕보이는 일은 절대 해서는 안 될 것이니 쉽지만은 않다. 어쩌면 숙명일지도 모른다. 그런데도 독립운동가의 후손으로 헌법기관인 국회의 의원이 되었다면 뭔가는 달라야 하지 않을까. 독립운동가 후손들의 복지 확대를 꾀해야 하며 독립정신의 맥을 잇는 통일운동에 앞장서야 하고 여야를 떠나 그들이 원했던 독립 국가의 발전을 위해서는 한목소리를 내야 할 것이다. 그렇다면 무엇보다 시급히 친일청산 4대 입법(▲ 친일망언 피해자 모욕 처벌 ▲ 친일반민족행위자 재산 환수 ▲ 친일반민족행위자 훈장 서훈 취소 ▲ 친일반민족행위자 국립묘지 이장)을 마무리해야 하고 올해 한국광복군 창설 80주년을 맞아 ‘국군의 날’을 새롭게 제정하는 것도 고려해 봄직하다. 독립운동가 후손 국회의원들의 활약을 기대해 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