끝나지 않은 독립운동

친일파 제정 음악상·문학상·
학술상 등에 대한 이유 있는 항변

친일파 제정 음악상·문학상·<BR />학술상 등에 대한 이유 있는 항변


글 이계형 국민대학교 특임교수



친일파 제정

음악상·문학상·학술상 등에 대한

이유 있는 항변



1945년 우리 민족은 광복을 맞았지만, 독립운동은 끝나지 않았다. 여전히 미완으로 남은 사건, 해결되지 못한 문제, 기억해야만 하는 역사가 있기 때문이다.  끝나지 않은 독립운동은 독립운동사를 과거에 머문 역사가 아닌 현재의 문제로 다루며, 오늘도 신문 한쪽을 차지하고 있는 독립운동 및 일제강점 이슈를 소개한다.

친일파의 이름을 딴 상과 수상 거부 

2020년 1월, 김금희 작가의 이상문학상 거부 소식은 문학계에 신선한 충격을 안겨주었다. 우수상을 받는 조건으로 작품 저작권을 출판사에 3년 동안 넘긴다는 내용의 계약서를 받아들일 수 없기 때문이라고 한다. 작가의 노고와 권리를 존중하지 않는 문학상은 거부하겠다는 뜻에서였다. 마찬가지로 우수상을 받은 최은영·이기호 작가도 이에 동참했다. 2013년에는 현대문학상수상자 황정은 작가(소설 부문)와 신형철 문학평론가(평론 부문)가 수상을 거부해 파문이 일었다. 이는 『현대문학』 2013년 9월호에 박근혜 대통령의 수필이 실리고, 일부 작가들의 글 게재가 거부되자 젊은 문인들이 해당 문예지에 기고를 거부한 연장선에서 불거진 것이었다. 이러한 문학상 거부는 쉽지 않은 결정인 만큼 그들의 용기가 문학상을 더 나은 방향으로 개선하는 계기가 되었으면 하는 바람이다. 

이와 더불어 우리가 한 번쯤 생각하고 관심을 가져야할 문제가 있다. 친일파를 기리기 위해 제정된 문학상·학술상·음악상 등에 관한 이야기다. 사회의 비판 여론에도 불구하고, 지금도 이러한 상들이 버젓이 수여 되고 있다. 동인문학상·조연현문학상·인촌상·용재학술상·난파음악상 등이 대표적이다. 김동인·조연현·김성수·백낙준·홍난파 등의 인물들과 관련이 깊은 상이다. 그리고 이들은 친일반민족행위 진상규명위원회가 인정한 친일파들이다. 친일반민족행위 진상규명위원회는 2005년 5월부터 2009년 11월까지 일제강점기 아래 친일반민족행위와 관련한 국내외 자료를 수집하고 친일반민족행위 조사 대상자를 선정해 조사하는 한편 친일반민족행위 관련 사료를 편찬하는 활동을 했던 대통령 소속 위원회였다. 위 인물들은 친일 경력이 있음에도 불구하고 해방 후 친일 청산이 제대로 이루어지지 않은 가운데 정부로부터 국민훈장·문화훈장, 심지어대한민국 공로 훈장을 받기도 하였다. 가끔 이들 상을 거부한 인사가 나와 사회적으로 이슈가 되기도 했지만, 그때 뿐 행사는 계속 이어져 오고 있다. 가장 먼저 지적하고 싶은 것은 앞에서 언급한 상들 가운데 가장 권위 있다고 평가받는 인촌상이다. 오랫동안 ‘인촌상 수상자’라고 하면 대한민국 ‘문학을 대표하는 인물’로 인식되었다. 상을 받은 대부분의 인사도 자랑스럽게 여겼다. 그러나 인촌 김성수는 친일 행적이 인정되어 지난 2018년 2월 독립운동가 서훈까지 취소된 인물이다. ‘인촌로’라는 이름의 도로명을 ‘고려대로’로 바꾸는 일도 있었다. 그런 만큼 인촌상의 위상을 높게만 볼 수 있는지 의문이다. 소설가 최인훈은 ‘어디까지나 공적인 이유’라고 했으나, 2001년 인촌상 문학 부문 수상을 거부했다. 몇 해 전에는 인촌상 수상자가 받은 상금 일부를 시민단체에 기부했다가 반납을 받기도 했다.

또한, 『조선일보』는 사회의 비판적 여론에도 불구하고 동인문학상을 계속 주관하고 있다. 이에 작가 황석영·공선옥·고종석 등은 동인문학상 후보에 오른 것 자체에 이의를 제기하며 거부하였다. 물론 이는 김동인의 친일 문제보다는 조선일보사의 신문 보도 성향과 굴욕적인 선정 방식에 기인한 것이었다. 이외에도 2013년 9월 작곡가 류재준은 난파음악상 수상을 거부하였다. 그는 “친일 시비에서 자유롭지 못한 음악가의 이름으로 상을 받기도 싫었고 이전 수상자들중 존경받는 분들도 많지만, 도저히 납득할 수 없는 분들도 일부 포함되어 있어 이 상의 공정성과 도덕성에 회의를 느꼈다”는 이유를 들었다. 용재학술상의 경우, 수상자로 선정된 성균관대 모 교수가 백낙준의 친일행적을 비판했다는 이유로 돌연 선정을 취소하는 해프닝도 벌어졌다. 반대로 수상 제도 자체가 폐지되기도 하였다. 중앙일보사는 서정주가 친일 논란에 휩싸이고 민족문화협회와 많은 문인의 거센 항의가 잇따르자, 2001년부터 수상해 오던 미당문학상을 2017년 폐지하였다. 이들은 “정의를 벗어난 펜은 총보다 무서운 흉기가 되어 민족과 이웃을 겨누게 된다”면서 “인간의 삶을 떠난 문학적 업적이란 존재할 수 없으며 문학만이 역사적 평가에서 예외일 수 없다”고 못 박았다.


공로를 기리기보다는 책임을 묻기를 

이러한 사회적인 분위기에서도 친일파의 이름을 딴 상을 제정하려는 움직임이 나타났다. 최근 한국문인협회는 최남선의 육당문학상과 이광수의 춘원문학상을 신설하려다가 여론의 뭇매를 맞고 포기하였다. 그런데 동서문화사가 돌연 ‘육당학술상’과 ‘춘원문학상’을 제정하였다. 이외에도 한국일보사의 김기진 팔봉비평문학상, 통영시가 유치환을 기리기 위해 만든 청마문학상, 전라북도 군산시와 채만식기념사업회가 제정한 채만식문학상도 논란에서 자유롭지 못하다. 이들의 주장은 친일 행적 때문에 문학적 공로가 가려져서는 안 된다는 것이다. 그러나 이는 친일파의 전형적 자기변명의 논리이다. 이외에도 살기 위해 어쩔 수없이 그랬다는 생계론, 나뿐만 아니라 다른 사람도 친일을 했다는 식의 전민족범죄론, 유능한 인재를 친일로 매장하지 말고 다시 쓰자는 인재론 등의 친일 변론이있다. 공로가 있다 하여 친일 행적이 결코 정당화될 수는 없다. 이들을 기리는 상은 친일과 반민족 행위를 정당화시키는 일이다. 상을 고집하는 단체도 문제이지만, 계속해서 수상을 거부하는 인사들이 없다는 점이 안타깝다. 

1944년 8월 나치 치하의 파리가 해방된 뒤 프랑스 임시정부는 부역자 숙청을 시작했다. 그러나 대상과 범위를 둘러싸고 격론이 벌어졌다. 특히 문인과 언론인의 처벌을 놓고는 관용론과 청산론이 충돌했다. 결국 청산론이 힘을 얻어 나치 동조 문인과 언론인 7명이 처형되었다. 소설가·시인·비평가·극작가·기자였던 젊은 천재 로베르 브라지야크도 그중 한 명이었다. 그의 재능을 아낀 문화계 인사들이 탄원서를 냈지만 그의 죽음을 막을 수는 없었다. 글 쓰는 문인과 언론인에게 더 엄중한 책임을 물은 것이다. 용기 있는 문인들이 ‘정의를 벗어난 펜이 총보다 무섭다’고 한 말이 다시 떠오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