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선의 첫 외교사절단

보빙사이야기

1883년 9월 2일, 미국 샌프란시스코 항에 갓쓰고 도포 자락을 날리며 이색적인 차림의 일행들이 도착하였다. 이들은 바로 고종이 파견한 조선의 첫 외교사절단 보빙사(報聘使) 일행이었다.
   미국인들의 눈에 비친 보빙사 일행의 모습은 머리에 '호박이 달린 띠'(망건)를 두르고, 그 위에 '퀘이커 교도가 쓰는 모자와 비슷한 검은 빛깔의 모자'(갓)를 쓰고 있었으며, '통이 넓은 바지'와 '품이 넉넉해 보이는 윗도리'(저고리), 그리고 그 위에 '길이가 발등까지 닿을 정도로 길고 소매가 넓은 겉옷'(도포)을 입고 있었다. 그리고 '앞쪽이 위로 뾰쪽이 올라간 양말'(버선)을 신고, '끈'(대님)으로 바지 끝을 매고 있었으며, 중국인이 사용하는 것과 비슷한 모양의 가죽 신(당혜와 같은 갖신)을 신고 있었다. 이와 같은 복장으로 샌프란시스코에 도착한 이들은 20여일 전 아라빅(Arabic)호를 타고 일본 요코하마 항을 출발하여 태평양을 건너온 외교사절단 보빙사였다.
   1882년(고종 19년) 조선은 미국과 수교를 목적으로 '조미수호통상조약'을 체결하였다. 조약 체결에 따라 다음해인 1883년 5월 초대 미국전권공사 푸트(Lucius H, Foote)가 비준서를 교환하고, 조선 정부에서도 미국에 사절단을 파견하였다. 미국으로 파견된 보빙사가 조선의 첫 외교사절단이었다.
   미국으로 파견된 보빙사 일행은 전권대신 민영익(閔泳翊), 전권부대신 홍영식(洪英植), 종사관 서광범(徐光範), 외국참찬관 로웰(Percival Lowell), 수행원 유길준(兪吉濬), 최경석(崔景錫), 변수(邊燧), 고영철(高永喆), 현흥택(玄興澤) 등이었고, 통

역관은 중국인 오례당(吳禮堂)이 채용되었다.그리고 비공식 일원으로 영어에 능통한 일본인 궁강항차랑(宮岡恒次郞, 미야오카)을 외국참찬관 로웰의 개인비서로 채용하였다.
   1883년 조선을 출발한 보빙사는 일본에서 약 1개월 간 체류한 후 오꼬하마 항에서 아라빅호를 타고 미국 샌프란시스코로 출발하였다. 일본을 출발한 날짜는 8월 15일 경으로 추정되고, 미국에 도착한 날짜는 9월 2일로 약 18일간의 항해였다.
   샌프란시스코에 도착한 보빙사 일행은 9월 7일 대륙횡단 열차를 타고 솔트레이크시티·오하마·시카고·클리블랜드·피츠버그·워싱턴을 경유하여 뉴욕·보스턴 등지를 방문하였다. 보빙사 일행은 시카고·워싱턴을 경유하여 곧바로 뉴욕으로 향하였다. 그 이유는 당시 아서(Chester Alan Arthur) 미국대통령이 뉴욕에 체류하고 있었기 때문이었다.
   9월 18일 뉴욕 피프스 애버뉴 호텔(5th Avenue Hotel) 1층 대접견실에서 조선과 미국간에 '국서제정식'이 거행되었다. 공식행사를 마친 보빙사 일행은 산업시찰을 위해 9월 19일 보스턴에 도착하여 외국박람회, 미국박람회, 월코트 농장 등을 시찰한 후 21일 미국 최대 공업도시인 로웰을 방문하였다. 또한 뉴욕과 워싱턴을 오가며 주요 산업시설과 문화시설, 미국 정부의 각 부처를 견학하였다.